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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윤정 Oct 15. 2022

이병률 작가님께 10년치 사인받은 날

10년 치 로망이랄까요,



아아 나는 참 게을렀습니다.

책을 그렇게 좋아하면서, 북토크에 한 번도 가지 않았다니요.

작가님 책을 여러 번 구매했으면서 그저 책만 보고 말았다니요.

마침 인천 네스트 호텔에서 하는 북토크를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이 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쓴 글은 이러합니다.


<올해 3월 작가님이 군산 말랭이 마을에 오셔서

제가 구독하는 브런치 작가님과 함께 매화꽃차를 드셨다고 해서,

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작가님과 만나셨다니

부럽다는 댓글을 적은 적 있습니다.

신작이라니 너무 기대가 되고 북토크에도 가보고 싶네요.

또 인천 바다는 잘 있는지 궁금합니다.>


작가님 책 리스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왜 마지막 줄을 저리 적었는지 눈치챌 수 있겠지요.

저는 10년 전,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라는 책으로

처음 이병률 작가님을 접했습니다.

자기 계발서가 즐비하던 때, 민트색 바탕의 새가 그려져 있는

여행 에세이 책은 저의 시선을 끌기 충분했으니까요.


여기서부터가 중요한데요,

책을 왼손에 받치고 쭈욱 훑어보는데 뭔가 이상한 겁니다

이벤트성 종이 인가 싶어 다른 책들과 비교를 해보았는데, 그 책만 그렇더군요.

인쇄 불량이었지요. 그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특별하잖아요.

순간 어떤 생각이 스쳐갔어요.

언젠가 이 여백에 작가님의 사인을 받게 될 것 같다고요.

왜인지 모르겠는데, 꼭 사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두 단어를 같이 쓰는 게 맞나 싶지만

그런 막연한 확신이 있었어요.

.

.

.

신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와

조금 변색된 민트색 책을 작가님께 건네며 말했습니다.


“작가님, 그때 매화꽃차 맛있으셨어요?”


“오…? (눈 땡글) 맞아요. 네, 맛있었어요.”


“그리고 여기.. 특별한 곳에 싸인 받고 싶어서요”


“아… 가끔 인쇄가 잘못되면 이렇게 나오기도 해요”


“… 저 시집 나와요.”


“… 첫 시집인가요??”


“그렇.. 죠?”


“&₩&!??? (비밀)”


“꿈공장 플러스라는 출판사에서 준비해요”


“(끄덕끄덕끄덕)”




여기 에스프레소가 아주 맛있어요.


장윤정 님

인연이네요

2022 가을

NEST 이병률



인천 제1 국제공항과 가까운

네스트 호텔은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님이 좋아하는 장소랍니다.

처음 보는 분들이 많다고 하셨으니,

얼굴을 제법 기억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대부분 여성 분들이 오셨고

카메라는 뭘 쓰는지, 어떤 장면인 건지 등의

비하인드와 여러 질문이 오갔는데요.


그중에 기억에 남는 질문과 답변은

글을 쓸 때 얼마나 나를 노출해야 하는지

독자 한 분이 묻자, 작가라면 어느 정도 자신을

노출할 줄 알아야 하지 않느냔 말로 운을 띄우셨는데.


그게 저한텐

노출하지 않는다면 작가가 아니지 않느냔 말과

같다고 느껴지더군요, 기꺼이 드러내지 않으면

마음에 닿을 수 없다는 걸요.

이번 책 첫 장에 담긴 글이 생각났습니다.


북토크에 가기 전, 신작을 읽고

작가님의 네이버 라디오를 미리 듣고 갔는데요.

그날은 유독 목소리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독자의 질문에 천천히 답변하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북토크가 끝나고 받은

선물들을 바리바리 들고 가시는 모습을 보며

참 멋진 인생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알다시피 인천 국제 공항은 누군가의

설렘없인 선뜻 오기 힘든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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