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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단장 Feb 11. 2023

당신의 감성일기

시詩는 첫 키스


시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국문학과를 나온 것도 아니고 시를 써본다고 대충 끄적여  것이 전부인 나는 그냥 시가 좋아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읽으며 이런 사랑을 꿈꾸었고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읽으며 사랑의 아픔을 달래었다. 시가 좋으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시들은 나의 무지함에 왠지 읽기 부끄럽고 꺼리게 되었다. 나에게 삶의 아름다움,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말해주는 시인이 좋았고 가볍게 읽기 좋은 글이 ‘라고 생각했다.

그건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요샛말로 남녀가 썸 타는 시점에 급작스러운 상대의 키스는 깊은 사랑을 향한 불씨가 될까? 하룻밤 불타는 사랑으로 끝이나 버릴까? 심지어 나는 썸도 타보지 않고 성급한 키스를 하여 수많은 시와 시인들을 나에게서 떠나보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첫 키스는 기다림 속에 달콤한 환상과 여러 상황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준비 없이 이뤄진 첫 키스는 씁쓸한 기억만을 남기지만 상대와의 두근거리는 만남, 기다림, 벅차오르는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둘의 마음이 같은 무게가 되어 이뤄진 첫 키스는 인생에서 행복하고 짜릿한 순간으로 마음속에 별처럼 박혀 빛날 것이다. 10대 시절 준비 없이 이뤄진 ‘시’와 첫 키스는 나의 짝사랑에게 일방적으로 주고 도망치듯 떠나온 것이었다면 40대 지금은 ‘시’와 내가 같은 무게로 만나 서로의 마음속에 별 하나씩을 새긴다.



시인에게 들어보는 '시란 무엇인가'/정효구 (시인세계)


나태주- 시인이 선택한 가시면류관

강은교- 빈 방에 꽂히는 햇빛

신달자- "내 몸과 정신의 난타 공연”이자 내 뼈 안에서 울리는 내재율

최영철- 말하고 싶어 쉴 새 없이 몸이 들썩였던 것

천양희- 절망이 부양한 내 목숨에 대한 반성문

이선영- 정신과 육체의 분비물의 총합

신현정- 존재 자체를 헐겁게 느슨하게 하는 일

정일근- 시는 나다

신대철- 몸속에서 울부짖는 생명의 소리

김규동- 가슴에 뭔가 이리도 넘쳐서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 찾는 것

김종길- 즉각적인 깨달음

허만하- 자존의 절벽

오탁번- 저녁연기 같은 것



시란 무엇인가?

시는 나와 시인의 첫 키스.

나란 무엇인가? 너란 무엇인가? 향한 

끝없는 질문과 성찰.

삶의 여정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것.

아직 더 많은 질문과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남은 인생 중반에서 여기까지가 나의 시에 대한 질문과 답이다. 어느 저녁 정훈교 시인의 <당신의 감성일기>를 들여다보고 한 편의 시에 대한 그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맞닿아 있는 것 같아 기쁘고 놀라웠다.



입술 / 송재학


네 입술을 훔치다 보면 그게 하나뿐인 게 늘 안타깝다

키스의 접촉면적을 늘리기 위해 너와의 혈연을 

부풀리고 싶지만 

 입술이 열이고 천이   하나 그곳에 닿을  입술 

흉터는 달랑 하나인데 

목젖이 부은 내 입술의 순경음 미음이 도착하기 전에

어여삐 열린  입술의 요기妖氣가 문득 붉을 대로 

붉어져서 화들짝 놀랐더라


-마침 오늘의 입술은 ‘요기妖氣’를 띄고 있다. 입술끼리 마주 보며, 요기를 느끼는 중이다. 이 찰나의 순간이 가장 입술다운 ‘입술’이 아닐까. 오늘은, 당신의 그 붉은 ’ 입술‘을 한 입 베어 물고, 나의 요기를 달래고픈, 날이다.

<당신의 감성일기> p28-29


시는 시인의  자체이고 끊임없이 고백하며 대화하기를 원한다. 이제야 나는  편의 시를 읽을  시인과 

나의 마음이 닿아 매번  키스를 나누어 본다.


#당신의감성일기 #정훈교 #시인보호구역 #독서감상 #시집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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