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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oooa Dec 09. 2022

잘가 영훈아

이별의 순간에서

 


이집트 다합


 영훈이도 떠났다.

다합에 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있던

낯선이의 안경 뒷편 속 세상이 특유의 침착함으로 내게 밀려와

비쳐주던 때가 있었는데, 그게 벌써 6개월이 되어간단다.


 햇볕을 오래 떠안으며 다녔는지

까무잡잡한 피부와 색이 변한 머릿결은

많은 경험을 쌓으며 다니고 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었고

동그란 얼굴에 수줍음이 많아 보이는 입꼬리와는 다르게

단단한 마음가짐, 진지한듯 얄밉게 건네는 말투는

좋은 사람이람임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다가와주었다.


 그렇게 어떤 인연일지 모를 낯선 친구와

매일을 함께하는 생활이 시작되었고,

편한듯 편하지 않았던 낯선이는

점차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든든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이가 되어갔다.


 자신만의 감정을 고요히 만든 후에 건네는

진심어린 말들과 배려심이,

자신의 표정, 말투 하나에도 상대방이 무안하지 않게

생각해주는 넓은 아량이,

타인의 생각들을 진심어리게 받아들이는

진중함이 빛나는 사람이었고

이런 모습들이 내게 미쳐지는 영향들에

많은 감사함이 쌓여가는 나날들이었다.


 몇 개월 후에 한국에 들어가면 금방 다시 볼 사람이라

웃으며 작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에도 생각과는 다르게 떠나가는 이별의 순간

쏟아져버린 감정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나 뿐만 아닌, 가족들 모두가 같은 마음을 공유했기에

더 슬프고, 더 행복했던 이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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