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윰 Feb 12. 2020

이왕 살 거, 잡스처럼 살자

기업가정신을 견지한 삶

'일단 뛰어들기'


학부 시절에도 그랬지만, 나는 배울 기회가 있으면 그게 뭐든 간에 배워놓자는 타입이다. 그래서 다른 건 몰라도 어떤 분야가 낯설다는 이유로 시작하길 꺼리지는 않는다. 게다가 경험상 이것저것 생각하면 오히려 시하기 어려워지고, '일단 발을 들여본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면 그게 어떤 것이든 기대 이상의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기대하기 전에 시작해버리니까!). 그러다가 그 재미가 하나가 되고 두 개가 될 때쯤, 어느덧 그 세계에 푹 몰입해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하는 것이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창업대학원(K-school)의 부전공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도 '그런  있다니까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창업에 구체적인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공인 공학과도 크게 연관되는 것은 아니지만 늘 그래 왔듯 낯선 분야를 접하는 것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리라 생각했다. 배움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 것과는 별개로,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도 기대하면서 말이다.



기업가정신이 뭐예요?


그런데 전혀 준비 없이 새로운 것을 접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크고 작은 곤란을 겪기 마련이다. 대개는 아주 사소한 것인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그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취급되는 개념을 나만 모른다는 것이다. 부전공을 시작하던 나에게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개념이 딱 그랬다. 모두들 "기업가정신을 기르자!"라고 외치는 가운데서 나 혼자 "Entrepr..e...? 스펠링만큼이나 알쏭달쏭한 개념이네!"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 것이다. 대체 그게 뭐길래? 모름지기 개념이라는 건 스스로 정의해보기 전엔 깨우칠 수 없는 것이기에, 한 학기가 지나도록 '기업가정신'은 나에게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었다.


깨달음의 순간은 머지않아 찾아왔다. 계절학기로 <Entrepreneur's Toolbox(창업가의 도구 상자)>라는, 기업가라면 필수로 익혀야 할 네 가지 분야(법률, 특허, 협상, 발표)를 다루는 강의를 수강하게 된 것이다. 그중 발표 과목의 실습 주제는 3분 내로 기업가정신 롤모델을 찾고, 나의 인생에 미칠 영향을 비전으로서 표현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협상 실습이나 법률 리포트 작성, 심지어는 특허 명세서 작성보다 이 과제가 더 힘게 느껴졌다. 애초에 기업가정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기업가정신의 롤모델을 찾는단 말인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일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 검색했다. 그랬더니 가장 먼저 이런 문장이 눈에 띄었다.

"기업가정신은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항상 기회를 추구하고, 그 기회를 잡기 위해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고, 그로 인해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생각과 의지를 말한다."

무릎을 탁 치는 명쾌한 답은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 감은 잡을 수 있었다. 조금 더 생각해보니 불굴의 의지와 도전정신으로 나아간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의 '후츠파(chutzpah) 정신'과 유사한 점이 있는 것도 같았다. 그로부터 며칠간 기업가정신을 실현한 사례까지 조사해보고 나서야, 비로소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 깨닫고 정의할 수 있었다.



기업가정신: 혁신을 이끄는 삶의 태도


기업가정신은 단순히 기업가가 지녀야 할 소양이 아니다. 그보다는 더 넓게, 한 가지 삶의 태도로 이해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은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이며, 이를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것에 뛰어드는 태도이다. 따라서 기업가정신을 견지한 사람은 자신의 삶을 주관자로서 살아간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도전한다. 이 용기가 결국 스스로를, 나아가 세상을 혁신으로 이끌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작업을 끝내고 나니, 기업가정신을 갖추고 살아간다면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삶 말이다. 이런 삶의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 창업 생태계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21세기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말이다.



기업가정신 롤모델, 잡스는 뭐가 다르길래?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 컴퓨터와 아이폰으로 세상을 두 번 혁신했다고 일컬어지는 인물이다. 왜 우리는 그를 발명가도, 사업가도 아닌 혁신가로 기억할까? 이유는 잡스가 발명한 매킨토시 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를,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었다는 데 있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 데서 나아가, 이것이 우리의 삶의 방식과 사고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갤럭시를 내놓은 삼성의 기업가들은 '경영인'으로 불리지만, 스티브 잡스는 영원히 '혁신가'로 기억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잡스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남들은 한 번도 어려운 것을, 무려 두 번이나 말이다. 나는 잡스의 혁신이 그의 남다른 기업가정신으로부터 일구어졌다고 생각하고, 기업가정신의 측면에서 그의 특징을 정리해봤다. 잡스의 삶을 천천히 되짚어보며 찾아낸 두 가지 차별점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사람들의 잠재된 니즈를 파악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 남다른 능력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거듭 도전하게 만드는 강력한 동기



Stay Hungry: 언제나 배움을 갈망하다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잡스의 남다른 능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업계에서 소문난 '배움에 굶주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편식 없는 배움을 통해서만 남들과 다르게 사고할 수 있다고 믿어서, IT기술의 정점에 선 애플의 직원을 뽑고 교육할 때에도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곤 했다. 이런 가치관은 잡스 자신의 경험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가 매킨토시 컴퓨터를 개발할 당시의 잘 알려진 일화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잡스는 칼리지를 중퇴하고 정규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어지자 평소에 듣고 싶었던 과목만 골라 몰래 도강했다. 대부분 "어느 하나라도 인생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은" 그 과목들 중에서, 잡스가 가장 좋아한 것은 서체학(타이포그래피) 수업이었다고 한다. 이 우연한 기회를 통해 그는 글자 간의 자간을 조정하고, 여백을 주는 등의 다양함이 서체를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오묘한 예술"에 한 순간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가진 잡스는 훗날 매킨토시 컴퓨터를 구상할 때 남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서체 기능'을 집어넣게 된다.


아마 잡스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는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를 열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취향에 맞는 서체를 골라쓸 수 있는 컴퓨터는 한 참 뒤에나 개발되었을 것이고, 어쩌면 영영 나타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서체를 구현하는 기능쯤은 개인용 컴퓨터의 발명에서 사소한 부분이었다고 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체를 직접 고르고 쓸 수 있는 컴퓨터는, 사용자가 개성을 표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로소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던 '스스로를 표현하고 드러내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했다. 즉, 새로운 플랫폼이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예술적인 것을 보는 데서 어떤 만족감을 느끼는지,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행위가 우리의 심미적인 욕구를 어떻게 자극하는지 잡스 스스로가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Stay Foolish: 그저 우직하게 나아가다


그런데 이처럼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회를 발견했다고 해서 모두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강한 추진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혁신가로서 잡스가 가진 두 번째 능력 역시 남다른 추진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는 내심 그의 꺼지지 않는 추진력이 어디서부터 왔는지가 궁금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기업가로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냈다. 마치 그곳이 자신의 유일한 자리라는 것처럼. 어떻게 그토록 용기 있게 자신을 거부한 세계로 다시 뛰어들 수 있었을까?


훗날 잡스는 실패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일을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세운 애플로부터 쫓겨난 것에 분노하고 절망했지만, 갈수록 '다시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는 것이다. 결국 잡스로 하여금 다시 일어서 나아가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일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었다. 돈을, 사명감을, 애국심이나 인류애를 동기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잡스가 말하는 '자신의 일에 대한 애정'이란 너무나 단순하고 개인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잡스의 삶은 우리가 '가슴 뛰는 일'을 할 때 가장 강력한 끈기와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위축되기보다 묵묵히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됨을 잘 보여준다.



가슴 뛰는 삶을 위하여


스탠퍼드 졸업 연설에서 잡스 "Stay hungry, stay foolish(늘 배움을 갈망하며, 우직하게 전진하라)"는 유명한 메시지를 남기며 스스로가 그렇기를 바랐다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혁신가다웠던 그의 메시지에는 기업가정신의 핵심이 잘 요약되어있다. 배움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세계를 넓혀나가면서 스스로 혁신하는 삶. 그를 롤모델로 삼는다는 것은 이처럼 기업가정신을 견지한 삶,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삶을 산다는 것이다.


다시 나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일단 뛰어들기'를 모토로 삼고 있음에도 늘 마음 한편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존재하는 모순을 겪고 있었다. 지금 하는 일이나 공부가 훗날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 답답해서, "지금 이걸 배우는 게 어떤 도움이 될까?", "그때 그렇게 하는 게 맞았을까?"를 반문하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잡스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미래를 모르는 건 당연하다고, 그러니까 매 순간 마음껏 공부하면서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잡스를 만난 후에야 내 삶의 태도가 주던 불안이 오히려 기대로 바뀌었다. 그래서 미래의 내가 어떤 삶을 완성할 지 궁금해하기보단,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삶을 온전히 만끽하기로 했다. 잡스와 같은 호기심과 열정으로 말이다.


그래, 이왕 살 거 잡스처럼 가슴 뛰는 삶을 살아야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