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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영신 Jul 18. 2024

여름방학일기#1. 여름 방학이 온다.

잉여로움이 그리워지려나?

다음 주 월요일이면 그녀들의 여름방학이다.

이번 주 유난히도 잉여로웠다.


일 년 반 동안 이사를 고민했고, ‘이사하면 ~해야지’로 머릿속이 늘 가득했는데

이사를 하고 정리를 하고 사람들이 오가며 우리 집을 구경하고 나니 한 달이 훅 갔다.


그리고 이번주가 되었다.

유난히 잉여로웠던 한 주!


나는 놀 줄 모른다.

잉여로운 시간이 오면 불안하다.

내 존재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온다.


잘 노는 아이였다.

술 마시고 춤추는 음주가무가 아닌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몸으로 부딪히며 잘 노는 아이였다.

많이 웃고 많이 울고 많이 싸우고 무수히 화해하고 무수히 이야기했다.

어느 순간 대한민국의 입시 앞에 나는 나 개인을 포기했고

가부장적 가족은 ‘나’라는 개체옆에 서주지 않았다.

사회적 잣대가 우선이었다.

그래서 나는 놀 줄 모르는 어른으로 자랐다.


혼자만의 시간이 있으면 하고 싶은 게 무언지 몰라하고 싶은 것을 찾거나 먹거나......

그래서 일하고 싶다.

그런데 아이들이 집에만 남겨지는 그 쓸쓸함이 나에게 전달된 일하러 나서지 못한다.

대단한 일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냥 어떤 일이든 나의 시간의 틈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는 날이 많다. 그래서 집에 있는 날이면 목적 없이 몸을 재게 움직인다. 빨래를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도 시간이 되면

틈새먼지청소포로 구석구석을 쑤시고 다니거나 목욕탕바닥에 과탄산과 주방세제를 훅 부어버리고 저지른 일에 나를 태운다. 갈비 한 팩 사둔 것을 물에 담가두거나 전복을 싱크대에 내어두기도 한다. 그냥 그렇게 나에게 주어진 일에 나를 맡겨버린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의 방학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하고 싶은 게 있는 아이들 옆에서 나도 가위질도 하고 티브이도 보고 과자도 먹으며 위안을 얻는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훅 올라와 눈물이 죽 흐르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 아이들의 웃음에 나는 꽤 괜찮아진다.


오늘은 아이들과 방학 생활을 무얼 하며 보낼까 검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공연이나 미술전시회 박물관 도서관을 찾았고 혹시나 내가 아이들과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을까 고민했다.


'서울 박물관' '서울 도서관' '서울 미술관' '서울 과학관' 같은 키워드를 끊임없이 타이핑했다.


아이들이 자라고 나를 떠나는 날들에 두려움을 가지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자라는 시간 동안 나도 성장할 방법을 모색해야지 싶다가도 아직은 이런 시간들을 더 즐겨야지 싶은 마음이 오가는 매일이다.


아이들과 많이 웃고 많이 놀고 많이 보고 많이 걸으며 이번 방학 놀 줄 아는 어른으로 성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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