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a P Jan 21. 2021

그는 진짜 내 친구일까?

오래된 관계가 끝나는 순간


몇 년 전 해외에 사는 친구를 보러 갔을 때 서울에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는 해외에 있단 핑계로 휴대폰 액정에 뜬 친구의 전화를 받지 않고 나중에 해외라서 통화가 곤란하다는 문자를 남겼다. 하지만 나는 아마 서울이었어도 그 친구의 전화를 못 본 척했을 것이다. 이내 나의 행동에 마음이 불편해진 나는 옆에 있던 친구에게 변명하기 시작했다.


"내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이 있는 데, 그 친구가 상대적으로 안 풀리기도 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편이라 서로 잘 아니까 가까이서 얘기도 들어주고 위로도 했는데 내가 회사에서 엄청 깨지고 지쳐서 힘든 날에도 전화해서 뜬금없이 나한테 왜 자주 연락 안 하냐고 불평하더라. 힘든 건 알겠는데 왜 내가 힘들 거란 생각은 안 하지?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10년 넘게 이러니까 어느 순간 휴대폰 액정에 그 친구 이름이 뜨면 또 어떤 불만을 털어놓을지가 먼저 떠올라서 전화를 피하게 돼."


그런 나를 보던 친구가 웃으며 "예전에 친구였던 거지 이제는 친구가 아니네."라는 한 마디를 대수롭지 않게 던졌고 나는 이내 말문이 막혔.




"내 친구가 아니라고?"

그렇게 그 대화가 지나간 뒤에도 동안  한마디가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 뒤로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한두 해즈음 지나고 나서 나는 그 친구와의 인연 마침표를 찍다. 그런 나에게  친구는"우리 정말 좋았던 기억도 많았잖아."라고 이야기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 나에게 떠오르는 것은 "화난 친구의 얼굴 혹은 위로를 바라는 모습"뿐이었다.

물론 친구의 말처럼 과거의 우리에게는 분명 함께였을 때 빛났던 추억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좋았던 추억이 나에게서 빛이 바랜 것은 어느 순간 내가 이 친구의 감정 쓰레기통인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부정적인 감정들을 '우정'이라는 이름하에 지속적으로 늘어놓았고 그런 자신을 언제나 어릴 때처럼 한결같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친구의 모습에 지쳤기 때문이다. 의 그릇의 크기는 그를 담기에는 모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우리 모두는 처음으로 사회가 정해놓은 정규과정이라는 틀을 벗어나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길을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정'만이 세상에 전부인 것 같던  어린 시절을 지나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우정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우정, 오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을 서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관계를 이어가는 노력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힘들 날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준다는 것은 멋진일이지만 그것만 반복되는 관계가 지속될 수 없다는 것도..

친구로서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같았다면 혹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려 했다면 어쩌면 이 이야기의 결말은 달랐을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는 현재를 만들고 현재는 미래를 만든다는 것이다. 아마 내 바람과는 달리 다시 되돌아가도  결말은 비슷했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오랜 추억과 시간에 얽매여 이어가는 관계로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과거의 시간, 추억이 아닌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은 관계인지를 돌아보길 바란다. 답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나는 그런 당신의 결정을 응원한다!







작가의 이전글 새해의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