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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a P Apr 29. 2022

가벼움의 미학

어려운 직장생활에서 나까지 무거워질 필요는 없다


직장에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그때의 나의 모습은 무척이나 비장했고 무거웠다. 힘든 시기였기에 당연히 마음도 몸도 무거웠고 버텨내겠다는 의지 때문이었겠지만 굳이 그래야 했을까?

조직생활을 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책임감 있게 해 나아가는 것은 중요하지만 때때로 내가 최선을 다해도, 내가 실수하지 않아도 일이 틀어지는 경우가 벌어지곤 한다. 혹은 조직 내 갑작스러운 변화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일이 주어지기도 하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받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누구는 않그렇겠냐만은 나는 일에 있어서 만큼은 완벽주의를 추구하기도 하고 실제로 실수가 금전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실수에 민감한 편이다. 하지만 꼭 내실수가 아니더라도 고객의 문제나 많은 이유로 일이 지연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처하고 앞으로 이를 방지할 대책을 세우는 것이지 나를 자책하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어쩔 수 없는 예외 상황이 생기는 것 자체가 나의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어떻게든 막겠다며 늦게까지 일하기도 하고 일이 틀어지면 우울해하거나 자책하기도 했다.




완벽하게 일을 한다는 것은 좋지만 우리는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회사일이 틀어졌다고 내 인생도 틀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회사에서의 자아와 개인으로서의 자아를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이를 깨닫고 나서부터는 사회생활할 때의 마음가짐이 많이 가벼워졌다. 예전이면 심각해졌을 일에도 회사를 나오면서 나 자신에게 "어떻게든 일은 해결되겠지. 네가 회사냐? 책임을 져도 부서장이 질건대 일단 회사 밖에선 잊어!" 혹은 "이 회사 그만두고 나면 아무것도 아닐 일에 목숨 걸지 말자" 이런 식의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곤 한다.

직장생활 잘하고 싶고 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회사를 나오고 나면 지금 온갖 스트레스받으며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 아니겠는가. 평생직장이란 없어진 지 오래되었고 영원할 것 같아 보이던 일들도 어느 순간 과거가 되어 사라진다. 각자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직장생활에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기억하며 조금은 가볍게 마음을 먹을 필요가 있다.



직장 8-9년 차 무렵에 국민연금 의무 납입기간인 10년 채우면 회사를 뜨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다. 실제로 외국으로 나가서 공부도 더 하고 정착하겠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나도 모르게 직장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가벼워졌다.

여전히 열심히 일했지만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속으로 어차피 관둘 건데 신경 쓰지 말자고 하거나 집착했던 승진에 대해서도 시켜 줄람 시켜주겠지 애쓰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타인에 대해서도 관대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나의 그런 마음가짐 때문인지 상사와 동료들에게 나에게 밝고 편안해졌단 얘기를 듣게 됐다. 코로나라는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으로 나의 퇴사 계획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는 못했지만 과거의 내가 그토록 원했던 팀장 자리로 승진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비하면 일도 회사에서의 요구사항도 몇 배로 늘었음에도 나는 마음 한구석의 가벼움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너무 잘하겠다는 집착은 나를 무겁게 만들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 또한 무겁게 만드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냥 예측 가능하지 않은 사회생활 속에서 굳이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며 채찍질하지 말며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사무실 밖을 나와서는 내 삶을 즐기며 살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회사에 너무 헌신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회사는 당신의 헌신만큼의 보상을 해주지 않을뿐더러 나의 최선과 회사에서 원하는 성과는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모든 회사일을 내가 짊어지고 있다는 비장함을 가지고 일하는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회사는 내가 없어도 어떻게든 돌아간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사회생활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지 전부는 아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도 괜찮다.


사회생활의 롱런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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