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터 37화 토마토

by 김목화

2025년 7월 15일 오전 10:52


안녕하세요. 토마토가 맛있는 계절에서 인사드립니다.

방금 목화레터를 올릴까 하다가 그러면 정말 방학의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 올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세이브 원고는 잔뜩 쌓아두었으니, 편집을 마친 후 일주일에 2~3개 정도가 한꺼번에 올라가지 않을까 싶네요.


요즘 저는 많은 일을 수행해 내고 있습니다.

피곤하고 힘들기도 하지만 만족감이 드는 하루하루입니다. 그제는 진 페스티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실감이 나지 않아, 다시 성수의 행사장으로 출근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모두 제 삶의 양분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번 행사가 끝나고 다른 행사를 ‘준비해야하나?’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공부와 작업에 조금 더 몰두해야겠다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이제 만화 연출 공부를 하면서 만화 <그슨새>를 마무리 짓고, 다른 시나리오도 차근차근히 써서 공모전 시점에 맞게끔 준비할 예정입니다. 바쁘네요. 자신을 계속 바쁘게 해야지 만족감과 효능감을 느끼는 편입니다.


요즘 제 삶에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일을 써보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주위 사람들에게 너무 가감 없이 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타박을 듣고는 합니다. 하지만 매우 재미있는 부분은 제가 에세이에 어떤 이야기를 아주 진솔하게 써도, 그 이야기는 제 머릿속의 이야기 중 1할도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빠져서 저에 관한 생각할 때 묘한 쾌감을 느낍니다. 이것은 저이기도 하지만, 제가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제 모습을 제 콘텐츠로만 판단하지 말아달라 간곡히 요청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별생각 없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저를 봐주세요!


요즘 저에게 큰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곁에는 늘 어떤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해 왔기에 그렇게 크나큰 일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글을 올렸을 때, 그 사람이 계속 지금과 비슷한 관계로 제 곁에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각설하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 사람과 연락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을때, 마치 뭉근한 토마토를 잘라서 먹는 느낌입니다. 미지근한 토마토는 서걱거리지 않고, 살짝 물컹거리며 입안을 독차지합니다. 적정한 온도의 토마토는 설탕이나 소금이 필요하지 않고 매우 안정적으로 입가에서 식도로, 소화기관으로 넘어갑니다. 소화도 잘되고, 뜨거운 여름에 알맞게 다양한 형태로 먹을 수 있지요. 저는 토마토 소르베를 좋아합니다. 저희 집 근처에 맛집이 있어요.


그러니까 왜 어떤 사람 이야기를 하다가 토마토를 떠올렸냐면, 그 사람이 토마토 같다는 겁니다. 이쯤 되어서 저의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 글은 영영 올리지도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토마토 같은 사람과 연락할 때, 가장 좋은 점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이미 알고 있어서 좋습니다. 그리고 저를 불안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연락이 오려나 할 때 쯤에 답장이나 전화가 옵니다. 목소리가 묘하게 나른해서 제 조급한 마음도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아 조금 망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토마토 같은 사람에게 완전히 감겨버린 겁니다. 저는 특별히 엄청나게 대단한 사랑을 하고 싶지도 않고 일상적으로 누군가 스며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토마토를 옷에 흘리면 그 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러니까 그게 그런 겁니다.


저는 오빠와 처음 만난 날에 정말 정신없이 택시를 타고 뛰어가고 있었습니다. 맨얼굴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몰골을 하고서는 같이 산책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오빠는 자신이 손이 예쁘다고 생각해서 손을 내미는 등 계속해서 강조했는데, 제가 눈치 없이 몰라봤다네요. 그 부분은 조금 귀여운 것 같습니다. 제가 나이가 더 어리기도 하고 원래 귀엽기도 하고(?). 하여튼 귀여움을 많이 받는 요즘입니다.


자랑 글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서 이쯤에서 글을 갈무리하겠습니다.

물과 토마토를 많이 드세요.


목화 드림.

추신. 제 모든 연애 이야기는 진행중이지 않은 사건만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