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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부, @@@이 뽑으쇼" 시이모부님이 말씀하셨다

어떤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 어떤 마음으로 선거에 임할 것 인가

지난 설날 아침, 식사 후 청소기를 미는 나에게 시이모부님이 말씀하셨다.

가족끼리 정치, 종교이야기는 안 하는 거라지만 시어른의 말씀에 그냥 웃어 넘기기보다 들고 있던 청소기를 끄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대화의 끝이 다시 제자리일지라도,  내가 애써 고른 단어들이 공기 중에 흩어질 지라도, 나의 에너지를 모두 쏟게 되더라도 피하지 않기로 한 나의 비장한 결정의 배경은 시이모부님이 행사하실 귀중한 한 표 때문이었다. 짧지 않은 인생을 쉽지 않게 살아오신 어르신의 뿌리 깊은 생각에 한참 어린 내가 어떤 영향이나 미칠까 싶지만 다른 세대의 생각이라도 알려드리고 싶었다.


누구를 위한 투표인가?

나에게 대통령을 뽑는 것은 당연히 나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의 인간적인 호감은 언제나 뒷순위로 항상 밀린다. 특정 정당을 무턱대고 지지하지도 않는다.

원칙에 기반한 중심이 필요하다. 치우친 것은 중심이 아니다. 다가오는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 기사의 배경, 언론사의 경향성을 파악하려고 해야 하고 사건은 어떤 이권 다툼이 있는지. 또다른 관점은 없는지 고민한다.

중심을 지키는 건 매우 섬세하고도 무거운 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호감, 내가 과거에 지지했던 이유들은 과감히 배제하고 나 스스로 나의 프레임을 점검해야 한다.

사실 매우 피로한 일이다. 눈과 귀를 닫고 이미한 선택을 고수하는 것은 되려 쉽다.

우리의 뇌는 실제로 계산비용이 적게 드는 정보처리를 기본으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편 편향> 책을 쓴 토론토대 응용심리학, 인간 개발학과 명예교수인 저자 스타노비치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편을 가르면 편향이 시작된다고 단언한다. 우리 편에 대해서는 무엇이든 우호적으로 해석하고 결점에 관대 해지는 것. 집단 정체성으로 귀결되는 이 편향의 저변에는 신념과 확신에 찬 치우친 세계관이 존재한다. 관점을 바꿔보는 능력을 결여한 채, 프레임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팔이 안으로 굽는 우리의 본성은 스스로 꾸준한 노력 없이는 개선될 수 없다.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깊이 이해하도록 이끌어주지 않는다. 사회를 분열시키며 공익에 해를 끼친다. 합리적인 소통이 가능한 공론장, 공적 의사소통의 공유지 영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인지적으로 부담이 되는 관점 바꾸기는 습관이 될 때까지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나의 관성을 유지하려 하고 가치관을 강화하는 의견만 들여다보려는 경향성을 의식하고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의 우리의 상황은 좋은 나쁘든 우리의 윗세대들의 선택의 결과이다.

그럼 현재 어른으로 살고 있는 우리 세대들은 다음 세대들을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는 어른으로써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과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의 감정을 배제한 명확한 인지가 필요하며 그들이 제시한 정책이 (진짜 이루어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예측해야 하는 것을 기본으로 나의 생각을 관철시키려기보다 다음 세대들에게 합리적인 소통이 가능한 공론장이 되어주어야 한다.

우리의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편향, 인간적인 호감에 의한 호소, 우리 편 다른 편이 아닌

중심 있는 선택, 나의 신념이 옳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인정, 나의 관성을 유지하려 하고 가치관을 강화하는 의견만 들여다보려는 경향성을 의식하고 바꾸려는 노력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하는 의지를 보여주자.


우리 시이모부님이 그러셨다.

한참 어린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시더니 말씀하셨다.

"아. 질부는 다 생각이 있구나. 우리 세대와 입장이 다를 수 있겠구나 "

합리적, 이성적이어야 한다며 비장하게 시작한 시작과 다르게 나는 꼭 쥐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안전하다.'


이제 선거다.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전에 한번 더 나를 돌아볼 생각이다.

그렇게 다음 세대를 위한 나라를 만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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