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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이유

죽음을 만나고 나는 더 행복해진 것 같다.

책=성공이라는 공식이 만연할 때가 있었다. 

책을 써야 유명해지고 성공한다고 이야기하던 때가 말이다. 그리고 10년의 비즈니스를 하며 지켜본 결과 그게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 공식이 여전히 맞거나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없으나. 

내가 성공하고 싶었던 건 맞다. 


성공의 수단으로 삼기에 나는 책을 좋아한다.  

아니 책 안에 글이 좋다. 


글들은 정체되어있지 않고 운동력 있어 나를 하늘 위로 치솟게도 했다가 땅으로 곤두박질치게 하기도 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를 이끌고 깊숙한 곳을 터치하기도 했다. 

글은 내가 아는 만큼의 나를 벗어나 미지의 나를 탐색하게 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곤 했다. 

나에게 글은. 또 다른 나고 친구였다. 

내가 받는 좋은 영향 때문이었을까. 

나는 누군가를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 

영향을 주는 글. 

영감을 주는 글. 

도움이 되는 글. 

 그래서인지 나의 글은 언제나 진지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줄 영향이 당연히 긍정적이고 싶기에 단어를 고르고 문장의 호흡을 다듬었었다. 

가볍게 쓰자고 시작한 브런치에서도 나는 무겁게 글을 써내고 있었다.  

누군가를 위한 나의 글은 언제나 미래에 있었다. 

읽는 누군가가 미래에 있어서 나는 그 미래를 바라보며 글을 쓰는 것이다. 철저히 독자를 위한 글들.  

현재는 공저이긴 하지만 책도 썼고, 내 글을 읽어주는 이도 적지 않다.  


그러다 암을 만났다. 

암으로 아빠를 보낸 나는 눈앞에 죽음의 문이 열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암은 0기든 4기든 발견하면 죽음과의 포옹이다. 얼마나 깊고 진한 포옹이냐의 차이지.

죽음은 성큼 나한테 다가왔다. 

이제 나에게 내일은 그저 미지의 순간일 뿐. 찬란한 색을 잃어버린 채 흑백으로 물들었다.

그렇다고 희망까지 잃어버린 건 아니다. 그 빛을 현재로 가져왔을 뿐이다.


누구나 미래의 일을 예측할 수는 없다. 

언제고 어떻게 죽을지 모르지만 현재 살아있다면 그 순간이 가능성은 무한하다. 

나는 그렇게 오늘을 살기로 했다. 

찬란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갈아넣기 보다. 오늘 찬란한 나로 내일 기억되길 원한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언젠가 누구나 맞이할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지금 주어진 나의 모든 상황에 감사하고 

순간을 누리며 내일에 내가 부끄럽지 않을 나다움으로 살아간다. 


나의 글도 마찬가지. 오늘 글을 쓰는 나를 위한 글이다. 나답게. 

나를 위한 글이 되자 글이 더 친근하고 더 사랑스럽고 더 진하다. 

꾸며내지 않아도 읽기 쉬운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의 있는 그대로를 담는 글이고 싶다. 


평생 무겁게만 만난던 나의 글. 

한없이 가벼운 글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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