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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dpole Dec 02. 2023

내게 가장 중요했던 시기를 회고하며.

2024년을 맞이하기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오늘, 2022년도에 2018년도를 돌아보았던 제 회고가 자주 떠오릅니다. 남은 올해도 내년에도 앞으로 맞이할 무수히 많은 날들에도 순간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저와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 다시 추억하고 기억해보고 싶습니다.


* 이 글은 마이스터 고등학교 디자인과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2022년도에 집필된 저자의 회고글을 재발행한 것임을 미리 밝힙니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입학을 하고 두루뭉술하게 디자인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교과과정에 조금은 재미가 생기기도 하고 어떤 날은 때려치우고 싶기도 하고... 그런 몇몇 날들이 모여 1년이 금방 지나가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몇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로 내가 진짜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인가.

연결하여 두 번째,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나아가서 세 번째, 그럼 내가 잘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그저 미술, 예술이라는 분야가 좋았고 디자인은 디귿 자도 들어보지 못한 상태로 UIUX 디자인, 그래픽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접했습니다. 제 자신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상태로 배우려고 하다 보니 어찌 보면 제 고등학교 시절 중 가장 중요할지도 모르는 고등학교 2학년에 아마 번아웃이 왔던 것 같습니다.






뭐든 일단 경험해 보자


현재의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뭔지, 그게 디자인인지, 아니라면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알고 싶었습니다.
미래의 저를 우선으로 생각하고 답을 찾는 것에 급급해 진짜 제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디자인을 하겠다고 선택하고 1년을 공부했는데 다른 것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사실은 내가 정말로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때 새로운 것을 다시 도전할 용기가 있을까 고민되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런 고민들보다 도움이 되었던 건 실제로 내 선택에 직접 부딪혀보고 지금 상황에서부터 변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하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했던 방법은 경험하기, 무조건 어떤 것이든 경험하기였습니다.
일단 학교에서 진행했던 대회들을 거의 지원해 보고 공모전 사이트를 뒤져 디자인 공모전들도 참여했습니다. 특히나 관심이 갔던 건 동아리 선배가 추천해 줬던 해커톤(전국의 각 IT 분야로의 진출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팀을 이루고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까지 한 가지의 서비스를 완성하는 대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제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디자인 직군이 다양하게 나누어져 있지 않았기에 대부분을 UIUX 디자이너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참가했던 7번의 해커톤 중 3번 정도를 학생이 아닌 직장인들과 팀을 이루게 되었고 주제에 맞게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을 때 "직방"의 iOS 개발자로 일하던 같은 팀 분께서 디자인에 대해 조언을 주었습니다.

"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앱은 알림이 주기적으로 오는 상황이 많이 발생할 거야. 이렇게 작업하면 사용자가 알림을 보기 위해 두 번의 뎁스(Depth)를 거쳐야 하니까 알림 기능을 메뉴 안쪽보다는 밖으로 빼는 편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이 버튼은 일반적인 다른 앱들에서 이쪽 자리에 많이 배치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헷갈릴 가능성이 높으니까 위치를 바꾸자. "

충격이었습니다. 사용자의 경험과 심리를 파악하고 계산해서 결과를 도출하고 그에 따라 디자인 산출물이 달라진다니. UIUX 디자인은 그저 보기 좋은, 심미성만을 고려한 디자인이 아니었습니다. 학과 수업과정에 알 수 없었던 UIUX 디자인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깊어질 즈음, 심리학 쪽을 공부하고 싶었던 저로서는 우연하게 생각을 바꾸게 해 준 좋은 기회였습니다. UIUX 디자인이 제가 고민하던 방향들을 접목시킨 새로운 방향이라고 느껴졌습니다.
"무엇이든 경험하기"를 시도하고 고민하고 있던 두 번째 고민이었던 <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의 답을 얻었고, 첫 번째 고민 < 나는 디자인을 정말 좋아하는가 >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게 있어 도움이 되었던 경험을 예시로 해커톤을 이야기한 것뿐이지 해커톤을 자주 나간다고 해서 답이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평소 관심 있던 타이포그래피 강의를 따로 수강하며 답을 얻게 될 수도 있고, 친구들과 현대미술관에 놀러 갔다가 작품을 보며 답을 얻게 될 수도 있겠죠.(참고로 저는 문화역 서울 284의 전시들을 좋아합니다. 심지어 무료!) 학과 수업과정이 답이 될 수도 있고 디자인과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전혀 다른 곳에서 답을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것을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답을 찾기 쉽습니다. 많이 먹어본 사람이 맛있는 맛을 안다는 말처럼요.






내 선택을 구체화시키자


그 후엔 정한 답을 점차 깊이 있게 단단히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답을 찾았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세 번째 < 내가 잘하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의 답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UIUX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답을 찾은 후에는 내가 UIUX 디자이너가 되기에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돌아보았습니다. 고등학교 교과과정은 UI, GUI에 대한 과정은 많았지만 UX에 대한 수업이 부족했습니다. 수업 외의 다른 시간을 투자해 UX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UX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찾아 여름방학 2달간 UX에 관해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해서 궁금했던 부분들이 해소되고 몰랐던 다양한 디자인 과정들을 알게 되면서 UIUX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더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수업과정에는 없는 UX에 대해 배우기 시작하니 다른 친구들보다 UX에 관해서는 조금 더 알고 싶은 게 많았고 관심이 생겼던 분야를 궁금해하다 보니 제 분야를 조금씩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알던 3학년 선배는 그 당시 전공과목 중 웹디자인 수업을 가르치던 선생님의 부재로 웹디자인을 배울 수 없었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웹디자인을 따로 공부하고 강의를 들으러 다니며 홀로 배우다 웹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자


어떤 분야를 깊게 알고 싶다면 먼저 그 분야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겠고 다음은 그 관심을 발전시켜야 합니다. 방식에 상관없이 궁금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나가야 합니다.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 내가 아는 내용을 설명했을 때 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없다면 그건 아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실수했던 점은 명확히 알지 못하고 남들은 아는데 나는 모른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 진정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하고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도 다시 보지 않은 것입니다. 한 번은 개발자 친구들과 공모전에 참가하려고 함께 작업을 하는데 제가 디자인 시스템 가이드를 만들 줄 모르더라고요. 혼자 디자인을 하기만 했지 개발자와의 협업은 경험이 부족해 만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할 용기가 없어 만들어주겠다고 하고 결국 제대로 하지 못해 불필요한 시간만 지체했던 적이 있습니다. 만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디자인 시스템 가이드 없이 개발자와 소통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는데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내가 아직 알지 못한 것이 있다는 게 억울하고 속상해서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던 것이죠.
알지 못하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정확히 알 수 있는 순간을 놓치고 결국 여전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창피하고 억울한 일입니다. 예전의 제가 모르는 것은 확실히 인정하고 다시 공부해서 아는 것으로 만들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제가 현재 공부하는 것보다 더 깊은 단계를 배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너무 많다


나 자신을 고민하고 현재를 위한 작은 답을 찾고, 조금 발전시키고 보니 벌써 9월쯤. 다시 새로운 학년이 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전 이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졌던 것 같습니다. 벌써 3학년이 된 것 같았고, 2학년임에도 취업이 확정된 친구들도 있었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을 조심해야 합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조급해지면 분명 실수하게 됩니다. 전 찾았던 답도, 답을 찾으려 했던 과정들도 모두 잊어버리고 주변 상황에만 집중하며 제 자신에 대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습니다.
저와 함께 졸업한 친구들의 사례만 봐도 다른 친구들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던 신경 쓰지 않고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자신을 고민하고 결정했던 친구들이 훨씬 많은 부분에서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 대해 만족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과정 속에서 같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듯이 동일한 시간과 때에 답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제가 답을 찾았을 때 어떤 친구는 답을 찾는 과정에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친구는 답을 찾고 구체화시키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세요.
생각해 보면 저도 어떤 순간순간에 너무 성급했던 건 아닌지, 조금 더 여유를 두고 나를 고민해 볼걸 하는 후회를 합니다. 요즘은 고등학생 시절이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나만을 진정으로 고민해 볼 수 있었던 평생의 삶 중 유일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당연하게도 제가 말한 이야기들로 전혀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어쩌면 찾게 된 답이 디자인이 아닐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땐 현재의 내가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과거의 나, 미래의 나도 생각하지 않은 지금 현재의 나만을 위한 우선순위를 정해 보세요. "악기 배우기"와 같은 취미처럼 보이는 작은 것부터 "10대를 위한 문구 잡지 제작"과 같이 쉽지 않은 내용들까지 전부 적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우선순위 중 적지 않게 들어있을 과거나 미래를 생각한 순위들을 다시 솎아내고 진정으로 남은 내용들을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순서대로 하나하나 시작해 보는 겁니다. 잡지 한 권을 읽어도 "나는 잡지 내용보다 서체에 더 눈이 가는구나", 나는 잡지 속 작품을 볼 때 색감이나 질감보다는 작가의 의도에 관심이 많구나", "잡지 속 사진을 어떻게 찍은 걸까?"와 같은 생각들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정한 순위들을 실천하다 보면 명확한 답은 찾기 어렵더라도 나에 대해 분명히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나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게 되었다면 절반은 성공이에요. 그것들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생각하기 시작해 보세요. 나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약간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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