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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레 Feb 28. 2021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는 엄마가 되었다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엄마가 되다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엄마가 되는 것을.

내 머릿속을 늘 가득 채운 것은 내가 이루고 싶은 꿈과 그 꿈을 위해 앞으로 성취해야 할 일들뿐이었다. 그 꿈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니면서 강의를 하며 사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승리를 위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었다.


실제로 나는 외국계 세일즈 마케팅 회사에서 최연소 여성 지점장으로 승승장구했고, 돈도 잘 벌었다.

소위 말해 잘 나갔다.

늘 꿈꾸던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된 것이다.

회사는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었고 나 또한 중국 지점을 오픈하기 위한 역량들을 하나하나 갖춰 나갔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오랜 나의 꿈이 현실로 한 발짝 다가오던 시점이었다.


그런데,

두 줄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임신테스트기를 보며 나는 확신했다.


"아 이거 분명 불량일 거야"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산 것이기 때문에 불량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는 곧장 약국으로 가서 비싼? 임테기 두 개를 사 가지고 집으로 갔다.

하지만 아까보다 더 선명해진 두 줄을 보며 웃음만 나왔다.

사람이 당황을 넘어 너무 놀라면 웃음만 나온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아직도 그 날이 나에게는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생각한 적 없는 엄마가 되었다.


솔직히 말하건대 기쁘지 않았다. 누구보다 축복받아야 할 생명이 나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러운 존재였기에.


일을 하면서 수많은 어려움과 예상치 못한 일들에 마주해보기도 하고 여러 좌절과 힘든 시기가 있어도 오뚝이처럼 늘 일어서던 나였다. 이런 일들쯤이야 하며 난 할 수 있어! 하고 스스로 늘 응원하며 나아가던 나였다.


하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꿈꾸던 중국 진출과 세계를 무대로 삼으며 강의하고자 하는 나의 꿈과 목표 속에 아기는 아직 없었다.

늘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그 말을 처음으로 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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