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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레 Aug 19. 2021

육아하는 시간, 제2의 커리어를 쌓아라



"걸스힙합 중급반으로 할게요."



20대 후반에 접어들어 일상의 활력소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어느 날 호기롭게 댄스학원에 등록했다. 걸스 힙합 중급반쯤은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했다. 그때 댄스학원 원장 선생님이 나를 쓰윽 쳐다보더니 괜찮으시겠냐고 물었다.


순간 기분이 언짢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내 춤과 노래 실력에 대한 나름 자부심이 있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원장 선생님께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저 예전에 춤 좀 췄었어요."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나는 걸스힙합 중급반에서 수업 20분을 듣고는 곧바로 나와 초급 방송댄스반으로 바꾸고 말았다. 정말이지 내 인생 중 창피한 순간 가운데 한 장면이었다.


중학교 시절 내 꿈은 가수였다. 그것도 그냥 가수가 아닌 보아 같은 댄. 스. 가. 수

춤과 노래는 당연히 잘했다. 친구들은 나보고 늘 오디션을 보라고 했었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면 내 다음에 부르는 친구들은 부담스럽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 학교에서나 교회에서 장기자랑 같은 행사를 할 때마다 나가서 일등을 하곤 했으니 형편없는 실력은 분명 아니지 않았을까?


그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가 춤과 노래를 굳이 연습하지 않아도 잘할 줄 알았던 것이다. 끼가 있으니! 운동과 다이어트도 마찬가지였다. 한번 마음먹으면 살을 빼고야 말았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그 마음조차 먹기 힘들다. 마음을 먹어도 좀처럼 3일을 가지 않는다.


"왕년에 말이야..."보다 요즘 버전인

"라떼는 말이야..."


이라는 말에는 현재 그 사람의 실력이 예전과는 분명 달라졌음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댄스학원 사건? 이후 나는 깨달았다. 스스로 잘하는 것이라 여겨왔던 것도 계속해서 쓰지 않거나 단련하지 않고서는 왕년에 잘 나갔던 그 실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그렇게 깨달은 지금 나는 제2의 커리어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메인 잡은 현재 '육아'이다.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지만 육아하는 동안 대부분 경력단절을 겪는 사람은 엄마다. 그런 경력단절의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우리가 육아하기 전 쌓아두었던 실력과 내공들은 점점 퇴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니 아이가 좀 커서 일을 해보려고 할 테면 자신감도 실제 실력도 트렌드도 따라가기가 어렵기만 하다. 사회가 날 멀리하기도 앞서 내가 먼저 다시 사회에 나가기를 두려워하게 된다. 그렇게 사회로부터 멀어진 채로 무엇인가 새로 도전하려니 막막하고 슬픈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역시,    나가던 커리어우먼이었다. 20 결심과 열심으로 1 8개월 만에 외국계 기업에서 최연소 여성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20 연봉 1 이상을 받았을  아니라 그때 당시 이루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도 대부분 이뤘다. 그렇게 찬란했던 나의 과거와는 달리 현재  모습은 어떨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묘사하는 엄마들의 이미지는 싫어서 늘어져있는 티셔츠만큼은 안 입는다. 하지만 집게핀으로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리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아기띠를 메고 아기를 안고 있는 내 모습은 분명 이전과는 달랐다. 전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내가 출산을 하기 전 마음을 먹은 것은 육아에 집중하는 2년 동안 제2의 커리어를 준비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중급반 춤을 따라가지 못한 것처럼, 운동과 식단으로 살을 빼지 못했던 것처럼 과거 내가 잘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을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실력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근육을 단련시키지 않고서 몸짱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닌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시간을 내어 제2의 커리어를 위한 아주 작은 노력들을 했다. 실력 근육과 노력 근육을 조금씩이나마 단련한 것이다.

아기가 잠이 들고 난 육퇴 후 시공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온라인 채널을 통해 강의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고, 꾸준히 블로그 포스팅도 했다. 또 전자책을 출간하고, 줌으로 컨설팅 하기도 했다. 다양한 채널의 커뮤니티(오픈 채팅방, 맘 카페, 블로그 등)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공유하며 신뢰와 관계를 형성했다. 그렇게 0에서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쌓아나갔다. 이룬 것들은 분명히 있다. 그게 크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무엇인가를 다시 시작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를 채운다.


내가 믿고 있는 분명한 것은 지금 하는 것이 작게 보이고,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과정들이 쌓이고 쌓이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엄마라면 육아하는 동안 나의 제2 커리어를 준비해보자. 거창한 노력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을 위해 또 다른 커리어를 위해 단 1%의 노력이라도 좋다. 중요한 것은 하고 있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격차는 갈수록 커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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