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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빛 Jun 28. 2023

워킹맘에게 체력이란

체력과 평화의 상관관계


  "워킹맘-체력=가정불화"


  이 공식을 너무 잘 아는 남편은 늘 나를 일찍 재우려고 안달이다. 복직 4개월 차 초보 워킹맘은 아직도 자기 파악을 객관적으로 하지 못해 어떻게든 안 자고 뭘 더 해보려고 안달이만 말이다.


  20개월짜리 흘리개와 동물들(멍&냥)은 참여할 수 없는, 남편과 나 둘 사이의 집안 패권 경쟁에서 나는 언제나 승자다. 가정의 평화가 나의 컨디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가끔은 반성도 한다. 참고로 여기서 평화라 함은 서로(라지만 보통은 남편이) 눈치 보지 않고 모든 것이 제시간에, 제자리에 있는 상태를 말한다. 반대로 불화는 오고 가는 고성은 없으나 은은한 눈치보기로 (남편이) 매분초를 긴장 속에 지내며, (남편의) 자유로운 행동이 제한되는 상태다.


  사실 내가 육아를 전담한다는 이유로 남편이 식사준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집안일을 담당하고 있다. 워킹맘 못지 않게 워킹대디도 힘들 텐데도 이 공식에 워킹대디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타고난 체력의 차이다. 운동부 출신이라는 성장배경과 꾸준히 이어온 조기축구는 남편을 격년으로 겨우 감기를 앓을까 말까 하는 슈퍼면역자로 만들었다. 코로나에도 걸리지 않은 걸 보면 정말 체력과 면역력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남자다.


  그렇다면 나는 체력이 약한가 하면 사실 그것도 아니다. 주변에서 체력 참 좋다는 소리를 종종 들을 정도로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해 왔지만 임신과 출산으로 그 기세가 조금 꺾인 것이다. 체력을 바탕으로 각종 자기 계발과 취미 만들기에 힘써왔는데 워킹맘이 되고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 나를 까다로운 패왕으로 만든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쯤에서 새로운 공식이 필요하다.

  "워킹맘-자기만의 시간=가정불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 백 번 동감한다. 나에게는 자기만의 시간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다. 올빼미형 인간인 내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려면 결국은 아이를 재운 후의 새벽 시간이 되고야 만다. 그때까지 깨어있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운동과 수면을 위한 시간이 또 필요하다. 아, 이 무슨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인가.


  다행히도 체력 좋은 워킹파파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두 번(가끔은 주말도) 배구를 나가고, 정말 피곤한 날은 모든 뒤처리를 맡기고 아기와 함께 잠들어 수면시간을 채우는 날도 있다. 육아를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아기를 재운 후에 해야 하는 집안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을 모두 소화할 정도로 남편은 가정의 평화에 진심이다. 그렇다면 나도 그 기대와 협조에 부응하여 최선을 다해 영양제를 챙겨 먹고, 체력을 끌어올려,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것이다!


  남편에게 모든 것을 맡겨두고 나는 운동을 하고, 잠을 자고, 나만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다소 이기적인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가정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결과라 포장해 본다. 남편의 체력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일은 보양식을 만들어야겠다. 아, 오랜만에 홍삼도 주문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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