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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빛 Feb 03. 2024

엄마는 더이상 외로울 수 없어

  아이를 들어 안으면 여지없이 작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엄마 머리 쓰다듬을래~”하며 올린 손이 너무 작아서, 그 조그마한 손이 내 머리칼을 움직이며 그리는 호가 너무 좁아서 피식 웃음이 난다. 폭 매달려 안길 땐 토닥토닥 내 등을 두드린다. 토닥임이 솜방망이 같아서 한 번 더 웃는다. 아이에게 매일 받는 아주 작지만, 무척이나 힘이 되는 응원이다.


  내 속을 파고들면 밑바닥을 찰랑이는 건 외로움일 거야.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을 때, 지하수처럼 나를 채우고 있던 외로움이 문득 흐르기 시작했다. 외로움이 빠져나간 공동을 채워 나가며 나는 그제야 내가 되어갔다. 그러다 엄마가 되었고,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다시는 외로울 수 없어.


  내가 안고, 토닥이고, 쓰다듬던 아이는 고작 2년 만에 이렇게나 자라서 도리어 나를 안아주고, 토닥이고, 쓰다듬는다. ‘따양’한다고 말하고 짧은 손가락을 꼬집듯 집어 용케도 하트를 만들어 보인다. 아껴먹다 손톱만큼 남아 끈적해진 젤리를 나눠주겠다며 내 입에 넣는다. 곰돌이 엉덩이가 부드러우니까, 아기상어 스티커가 귀여우니까, 벽이 시원하니까 아무튼 좋은 건 다 나에게도 권한다. 꼬질꼬질해진 애착 베개의 베갯잇을 내밀며 근엄한 표정으로 ‘엄마도 만져도 돼’라고 말할 때. 결국 또 웃음이 터진다. 그래, 내가 어떻게 다시 외로워질 수 있겠어.


  잠에서 깨지 못한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킨다. 자동화 기계처럼 몸을 움직여 출근 준비를 마친다. 아이를 깨워 아침을 먹이고, 씻기고, 옷을 입힌다. 나와 아이의 가방을 챙겨 양손에 들고, 콩가루에게 인사를 한 뒤 집을 나선다. 어떤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흐르는 아침 일상이다.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려고 안아 올렸을 때, 아이의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댕! 정신없이 돌던 시곗바늘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바짝 정신이 든다. 아이의 손길로, 그 작은 응원으로 진짜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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