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첫 스마트 폰은 이렇게 떠났다
2019년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은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다. 소설은 고양이 장례식장으로 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고양이의 죽음을 두고 가족들이 슬퍼하는 모습이란 사람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양이라는 존재는 그 가족 공동체의 핵심이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생경한 이야기였지만 작가의 필력 덕분인지 저절로 공감이 되었다. 자신과 함께 했던 존재에 대한 죽음 혹은 소멸은 깊은 슬픔을 남기는 것 같다. 나 또한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아빠, 눈물이 자꾸 나올 거 같아요" 아들이 울먹였다.
"그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미. 안. 해~~ 게임한다고 너무 많이 써서~"
아들은 기어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나는 어제 아들의 휴대폰 장례식을 치렀다. 유감이지만 '자연사'는 아니었다.
참수형보다도 더 잔인한 도구가 동원되었다. 액정을 망치로 내려쳐서 부러뜨렸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비극적으로 전개될 줄은 몰랐다.
아들은 휴대폰으로 게임을 한다. 브론스타즈라는 게임이다. 일주일에 딱 하루 일요일만 허용되었다. 그것도 오전 8시~9시 30분, 오후 3시~4시 30분 두 차례 총 3시간이다.
물론 가족회의를 하여 결정한 사항이다.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때때로 시간을 넘기거나 심지어 평일에 몰래 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주 가족회의를 소집해야 했고 그때마다 합의사항은 업그레이드되었다. 최근 들어 아들은 합의사항을 자주 위반했고 이로 인해 엄마의 잔소리와 걱정은 늘어났다.
어제 일이었다. 아들이 화장실에서 몰래 게임을 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가족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딸들은 모두 밖에서 생활하니 가족이래야 아내와 나, 아들이 전부다.
휴대폰은 기소되었고 [검사]가 된 아내는 폰의 문제점을 열거했다. [변호]를 맡은 아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자신의 상태를 인정했다.
"자꾸 나도 모르게 폰으로 손이 가요. 나도 모르게..
아마 중독된 거 같아요~"
졸지에 [판사] 역할을 맡은 내가 아들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들이 폰이 없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호 좋다!!)
"그럼 어떻게 폰을 처리할까?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까?
"아니, 그러면 내가 다시 찾아서 할 것 같으니까 부셔 버리면 어때요?" 아들의 도발적인 제안이었다.
"그래?? 그럼 지금 부수러 갈까?" 이때다 싶어서 망치와 폰을 들고 나섰다. "같이 갈래?"
아들이 잠시 주춤했다. 그러더니 "엄마 폰 장례식에 다녀올게요."라고 말하며 따라온다. '뭐? 폰 장례식?' 그렇다. 아들에게는 장례식이었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는.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이미 밖은 어둠이 내렸다. 아파트 앞 공터에 휴대폰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명우야, 네가 칠래?"
"아냐, 아빠가 해"
잠시 망설였다. 어차피 선고는 떨어졌다. 집행을 번복할 수는 없었다.
망치로 액정을 한번 내리쳤다. 생각보다 단단했다. 아들은 차마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아빠, 눈물이 자꾸 나올 거 같아요" 아들이 울먹이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미안해~ 게임한다고 너무 많이 써서 미안해" 아들은 기어코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마지막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듯 애절한 이별이었다.
[처참한 주검?]
'내가 너무 잔인했나?' 집안으로 돌아오면서 드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아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을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혼란스러웠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이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스스로 생각해서 그렇게 판단을 내려준 아들이 너무 고마웠다. 참 밝고 순수한 아이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좋은 환경들이 만들어 준 결과가 아닌가 싶다.
아들.. 미안해~
마음이 많이 아팠지??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사실 아빠도 많이 아팠어~
먼 훗날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아빠 용서해 줄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