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우리나라 '1호 개그맨'인 전유성 씨가 돌아가셨다. Gag Concert로 일요일을 마무리하던 젊은 시절도 있긴 했지만, Comedy, Gag 자체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거나 하진 않았던 것같다. 예전에 전유성 씨가 나오는 Gag Program을 종종 보기도 했었고, '전유성을 웃겨라' 같은 Gag Corner도 본적은 있었으나, 요즘 얘기하는 본방 사수나 못 본 회차는 찾아볼 정도로 적극적이거나 극성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 Gagman의 죽음이 새삼스레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건 무엇 때문일까?
작년 지방 출장을 갔다가 TV를 틀었는데, 고인이 되신 김민기 선생님에 대한 Documentary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사실 김민기 선생님에 대해 아는 바로는 '아침이슬' 을 자작곡 하시고, 직접 노래를 부르신 분이라는 사실과 아주 극단적인 운동권 인사로 군사정부의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는 정도 였다. 그런데 필자가 알고 있던 김민기 선생은 운동권과는 거리가 멀었고,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 Guru로 정말 많은 제자들의 은사로, 어른으로 한 생을 정말 멋있게 살다 가셨더라. 필자가 알고 있는 김민기 선생님은 언론이 만들어낸, 군사정부가 만들어낸 Image 였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69529&ref=A
전유성 씨의 죽음을 대하는 많은 Gagman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김민기 선생님의 죽음을 대하는 많은 문화/예술계 후배들의 모습을 보며 필자의 삶은 어떠한지 중간 점검을 해보게 된다. 자신을 세상 밖에 낳아준 부모를 잃은 자식이 저 정도로 슬프고, 힘들 수 있을까? 물론, 당연히 그럴 수 있겠지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저렇게 마음에서 우러나 애도할 수 있을까? 저런 분들은 얼마나 많은 덕(德)을 쌓고, 많은 이들에게 삶과 희망과 용기를 주고 살아간 것일까?
필자의 아버지는 고등학교 평교사로 정년 퇴임을 하셨다. 나이 80이 넘으신 아버지를 보면 이제 50줄에 들어선 아들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 40년 이상 된 제자들이 아직도 아버지를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는데, 혼자 찾아오는 분들이 계시고, 두서넛이 정기적으로 인사드리러 오는 분들도 계시고, 친구분들이 모여서 옛 스승이신 아버지를 모임에 초대하는 경우도 있다. 종잡아 20~30명 정도는 정기적으로 1년에 1~2회 아버지께 인사드리러 오는 모습을 보며, 필자가 살아야 하는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는 요즘 어느 한 Gagman의 죽음은 이 그 분을 잘 모르는 필자 마저 시대의 어른을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게 한다.
100년도 안되는 짧은 인생에 저렇게 큰 발자취를 남기고 가는 분들을 보며, 존경받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특정 분야가 직업군이 있는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 아버지의 경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기에 처신을 잘하고,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위한다면 존경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직업군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는데, 앞에서 말한 두 분들을 보면 특정한 직업군이 중요한게 아니라 개개인의 인성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도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취업을 도와주고, 조언을 주려고 했던건 아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필자의 채용과 관련된 경험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누군가에게 큰 도움이 되고,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는 아주 의미 깊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뿌듯함과 보람을 느껴 꽤 오랜 시간 이 일을 하고, 글을 쓰고 있긴 하다. 물론, 필자의 아버지나 위에서 말한 두 분의 어른들에 비하면 아직까지 필자는 이기적이고, 자신이 더 중요한 것같고, 필자를 희생해 가면서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정도의 희생정신이 있는 것같지는 않다. 아직 반성하고, 성찰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인격적으로 더 성숙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 지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삶이 더 윤택해 지고, 편리해 지면서 오히려 세상은 각박해 지고, 경제의 중요성이 날로 더 커지며, 합리주의에 입각한 이성적인 판단과 손해보지 않고, 자기 자신만 행복해 지려는 이기심은 확장되고 있다. 필자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대기업 총수 같은 사회적, 인간적 영향력이 큰 사람이 아니지만, 소시민으로서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