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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린 Feb 11. 2020

새로운 취미생활, 타로카드 독학을 시작하며


11월에 연남동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타로 카드 상담을 받아보고 깊은 감명을 받은 나는 새로운 취미 생활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나를 처음 보는 이도 카드 몇 장으로 이렇게 깊은 위로를 전해줄 수 있다면, 내가 스스로 나를 돌아볼 경우에는 더 좋은 효과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마음을 정하고 나서는 곧장 행동에 옮겼다. 카드를 구입하고, 서점으로 달려가 타로 카드와 관련한 서적을 구매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은 몹시도 오랜만이다.


고백하자면 카드 매수가 이렇게나 많다는 걸... 알지 못 했기에 무모하게 덤벼든 감도 없지는 않다. 카드는 거의 80 장에 가까웠고, 이전에 타로 카드에 노출된 경험이 없었기에 나에게 이 카드들은 더없이 낯설게 느껴졌다. 이 카드들을 0번 the fool 카드부터 차례대로 공부하는 것은 지겨울 것 같았기에 나는 매일매일 오늘의 운세를 보기 시작했다. 잠들기 전 카드를 한 장 뽑고, 그 카드에 대해 알아본다.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타로 카드에 관해 강의를 해주시는 분이 많아서 수월했다. 서점에서 사온 책에서 오늘 내가 뽑은 카드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펴고 수업을 들을 때처럼 빨간 펜으로 필기를 하다 보면 쉽게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처음 카드를 뽑던 날부터 줄기차게 내 손끝에 달라붙은 것은 컵 카드다. 타로 카드에서 컵은 흔히 인간의 감정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타로 카드의 마이너 카드에 빗대어 본다면 단연코 컵, 감정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열정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지만 언제나 나라는 그릇 안에서 감정이 찰랑거리며 물거품을 일으키는 것만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타로 카드를 접했을 때 점보다도 상담의 의미가 크게 다가왔기에 나는 여전히 카드들을 수많은 조언자들이라고 생각하며 배워나가고 있다. 각각의 카드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내가 그들에게 어떤 질문을 제기했을 때 그들 나름대로 말을 건네 온다. 그들이 하는 말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나에게 달려있다. 카드를 공부하며 좋든 싫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 늘어났다. 나 자신만큼 접근이 쉽고 의미를 이끌어 내기 쉬운 내담자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좋은 상담자이자 내담자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가끔 불안이 물밀듯 밀려올 때에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카드로 손이 간다. 시작도 끝도 없는 혼자만의 생각에 갇혀 괴로워하기 보다 내가 어째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때로는 카드를 셔플 하면서 이미 정답을 찾아내기도 한다. 어디까지나 타로 카드는 조력자이고, 마음속에 수없이 어그러진 길들 속에서 방향을 잡게끔 도와주는 북극성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타로 카드를 공부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내리는 과정이 보다 명확해짐을 느낀다.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기르는 데에도 타로 카드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나의 안에 차고 넘치는 것이 감정이고, 분명 그것이 내 삶을 비옥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때로는 너무나 많은 감정들이 범람하여 나를 죽인다고 느껴질 때도 있는데 이제는 한 발자국 떨어져 나를 지켜보는 능력을 길러가고 있다.



타로 리더라고 말하기에도 부족하지만, 내가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을 상담하는 것이 좋은 공부가 된다기에 얼마 전부터는 친구들을 만날 때에도 가끔 타로 카드를 들고나가곤 한다. 함께 이 카드는 어떤 의미일까 해석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11월의 내가 느꼈던 것처럼 위로가 되었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뿌듯함을 느낀다. 제대로 된 해석을 이끌어내기까지 매일매일 성실하게 공부한다는 가정 하에 최소 육 개월은 걸린다는데,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올해 상반기가 끝나갈 때쯤엔 카드와 조금 더 친숙해지기를 바라야지.



며칠 전에는 다정한 나의 친구가 여행길에 올랐다가 우연히 발견한 서점에서 타로카드를 사다주었다. 정말이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선물. 타로 카드에 대해 알지 못 하는 친구라 본인이 무슨 카드를 사왔는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신기하게도 내가 가지고 싶었던 뉴비전 타로카드였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카드는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버셜 웨이트 타로덱이고, 이번에 친구가 사다준 것은 유니버셜 웨이트를 기본으로 새롭게 해석한 그림이 그려진 카드이다. 카드의 이면을 생각하고 조금 더 폭 넓은 해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 분명하기에 부지런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0 분 정도 카드를 살펴보다 이렇게 브런치에도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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