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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ep 20. 2023
대충 살고 싶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느슨한 싱가포르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 신문을 읽는 할아버지와 테이블 아래 졸고 있는 강아지. 느릿느릿 산책길을 가로지르는 도마뱀.
그 사이를 무심하게 넘어가는 한 손에 커피를 든 여자.
무언가
로
빼곡히 채워지지 않은 여백이 있는 풍경이다.
이 풍경에 놓여
적당히 여유롭게 대충 살고 싶었다.
이곳에 있으면 그리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적당히 대충처럼 보이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마음의 실타래 몇 가닥만 자연스럽게 늘어뜨려, 무심하고
여유 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애를 쓰며 살고 있다.
느슨함을 즐길 여유조차 없는 빼곡한 마음을 가진 나는, 평화로운 이 풍경에 맞지 않는 장르이다.
지나친 욕심,
건강하지 못한 관계,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
,
미래에 대한 불안.
묵은
감정들은
수북하게 자라
무성해지고 있다.
오늘은 좀 잘라내야지.
조금 힘들고 아플지도 모른다.
잘려나간 빈 공간에 여유가 생기기를.
느릿느릿 한없이 고요한 그 당당함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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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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