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생활하는 것은,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들과의 이별을 고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지만, 여태까지 당연하게 느꼈던 고정된 관념들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 재창조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 지난 6년 동안 캐나다에서 살면서 한국에서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여기서 느꼈던 점과 배운 삶의 지혜에 대해서 여러분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무엇을 하기에 '적당한 나이'라는 사회적 관념을 가지게 되었고 무엇을 하려고 할 때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보단 사회적 통념의 잣대를 내밀어 불안감에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 결혼하기에 적당한 나이, 공부하기에 적당한 나이, 여행하기에 적당한 나이, 취업하기에 적당한 나이...
무엇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는 바로 그것을 하고 싶을 만큼의 동기부여가 될 때라고 생각한다. 대학을 가는 것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에 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고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를 좀 더 깊게 배우고 싶을 때, 그런 동기부여가 생길 때 대학을 가는 것이 등록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30대 초반 캐나다로 유학을 왔을 때 내가 제일 많은 나이인 줄 알았다. 하지만 40~50 대 아저씨분들도 계셔서 놀라웠다. 한 분은 우체국에서 오래 근무를 하시다가 다른 일을 배워보고자 오신 분, 그리고 다른 한 분은 이 분야에 대해서 실무경험은 많지만 부족한 이론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자 오신 분이셨다. 그리고 다른 학과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이를 다 키우고 이제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파트타임으로 배우러 오시는 분 등 여러 가지 경우가 많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학 풍경과는 사뭇 다르게 여러 나이 때의 학생들이 캠퍼스 안에 있다. 비단 대학공부뿐만이 아니다. 우리 삶에 있어서 배움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끊임없이 실행되어야 할 과정이며 타성에 의해서 보단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자 할 때 더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내 삶을 결정하는 데 있어 주위의 시선, 남들이 나를 바라보는 기준이 캐나다 보단 한국에서 더 강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신이 자신의 목소리보다 남들의 시선, 사회적 고정관념에 따라서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다면 노인이 되어 병상에 누웠을 때 후회가 되고 원망이 된다면 그것을 누구한테 탓할 것인가? 어려서 엄마가 쌀밥 먹지 말고 몸에 좋은 현미밥 먹으라고 해서 더 먹고 싶은 쌀밥을 뒤로한 채 현미밥을 먹었는데 배탈이 났다면 적어도 울면서 엄마를 탓할 수 있지만,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이 된 당신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못했던 후회를 가지고 누구를 탓할 수 있는가. 요즘 내가 하는 일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이 생각나면 단순히 생각만 말고 노트에 적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반복해서 보면 하고 싶은 일이 확고해지고 살을 붙여서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게 된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도 이렇게 시작되었다. 늦은 나이에 개발자가 되려는 것도 단순히 생각만 말고 처음 다이어리에 적으면서 그 계획이 시작되고 구체화되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이는 중요치가 않다. 그러니 (당신에게 많은 관심도 없고 탓할 수도 없는 ) 남을 의식치 말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한 번 적어보자.
돈보다 삶에 여유와 아름다움을 더하자. 캐나다로 이민 온 사람들 중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부자가 된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에서는 연봉 1억이면 어느 정도 상위에 오를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도 있을 것 같은데 여기서 연봉 1억은 그만큼 내야 할 세금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1억을 벌지 못해서 모르지만 내가 아는 바로는 30% 넘게 정부에 고스란히 가져다줘야 한다. 반대로 소득이 적은 저소득층은 세금도 적게 낼뿐더러 그만큼 정부 혜택도 많다. 월 10 만원 정도 하는 교통 패스를 1만 원에 살 수 있다던가 헬스장 요금이 10프로 정도 된다던가 하는 등의 복지 말이다.
이 사회에서는 한국만큼 돈을 벌어서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그렇게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사회 시스템이 많이 버는 만큼 정부와 사회에 환원해야 하고 적게 버는 저소득층, 소득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그 돈이 분배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빈부격차도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아 보인다. 물론 이건 나의 경험과 관찰로 만들어진 개인적인 생각이다. 옷차림이 검소하고 같은 옷을 입어도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으며, 2000원도 하지 않는 팀 홀튼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사람들. (생각해보면 한국의 커피값은 정말 거품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기승전 물장사를 하..)그리고 주말에 일을 하거나 평일 초과근무를 하면서 초과 수당을 받기보다는, 일과 후 카페에서 개인적인 휴식을 취하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는, 공원에 가서 해 질 녘을 감상하는, 주말에 나 홀로 혹은 가족과 캠핑 가는 많은 캐나다 사람들을 보면서 돈은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지,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 인생이 고단하고 바빠진다면 어떻게 하나뿐인 인생을 즐길 수 있겠는가. 적어도 우리에겐 조용한 카페에서 재즈 음악을 들으며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은가. 단편적인 예로 여기 캐나다에도 한국처럼 노숙자가 많이 있다. 하지만 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아도 돈에 관한 캐나다인 한국인의 인식이 조금 다른 것 같다. 서울역에서 돈이 없는 노숙자를 천대하고 피하는 한국인을 많이 보았다. 여기서는 노숙자와 대화를 하는 사람도 종종 보았고 그 들의 삶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노숙자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는 것에 다소 충격이었다. 돈이 없어도 적어도 그들을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대하는 그들의 태도에 돈이 사람을 판단하는 큰 조건이 된 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처럼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관례가 없고 대학 등록금, 중 고등학교 사교육비로 부담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운 캐나다인이면 자연스럽게 위의 생활이 일상생활이 되는 것 같다. 결국 자신이 무엇을 더 중시하는지 그 가치에 따라서 이곳 캐나다 삶이 더 좋을 수 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캐나다 시민권/영주권자 라도 영어보단 모국어가 훨씬 편한 사람이 많다. 이 사회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선 영어 발음보다는 어휘력 구사력이 중요하고, 사회성, 자신감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캘거리에서 중국사람을 보았는데 그는 영어실력이 많이 부족해도, 기죽지 않고 자연스럽게 점원과 대화를 하는 모습에 결국 우리도 잘못한 것이 없는 이상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위축되면 자신감 없다고 얕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영어를 못해서 이민생활을 심히 고민하고 있다면 그 고민을 조금만 해도 될 것 같다. 어차피 영어 잘하는 사람도 한국에 돌아오는 경우가 있고 영어를 못해도 여기서 잘 살고 있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민 1세대로서 낯선 환경과 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얼마큼 확답을 할 수 있는가. 이 대답은 직접 살아보지 않고는 대답하기 힘들 것 같다.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이 사회에 잘 적응 할 수 있게끔 도와줄 수 있다. 한국에서의 토익 점수, 중,고등학교 때의 영어 성적이 아닌 정말 살아있는 영어를 말이다. 그러니 여러분이 캐나다에 이민, 유학하고자 하는 결단이 확고하다면 적어도 그 이유가 명확하다면 여기 직접 와서 겪어보는 것이 제일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인 것 같다. 리스크가 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방법이 나중에 한국에 다시 돌아가게 될지언정 자신이 해보고 싶은것을 직접 해보고 뼈저리게 느껴보았기에 후회는 하지 않은 최선의 방법인것 같다. 영어 말고도 여러분들이 생각지 못한 이민의 많은 이점과 단점들도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자신의 한국 영어 실력 때문에 이민을 망설인다면 이 고민을 접어두고 내가 왜 캐나다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지 한번 깊게 고민해 보자. 이 질문에 답을 구하는 과정이 이민을 확실하게 준비하는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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