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 하늘 김환기 展]
한 점 하늘 김환기 展
호암미술관(경기 용인시 처인구)
2023.05.18~09.10
유료 전시(홈페이지 예약 필수): 성인 14천원
화~일 10~18시(매표마감 17시)
매주 월요일 휴관
주차 가능(무료)
6월 27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가 남긴 마지막 초상화 작품이 유럽 내 예술작품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소식인데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경매로 경매사 소더비 측은 작품이 8,53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413억에 낙찰됐다고 밝혔습니다.
최고가의 주인공은 바로 <부채를 든 여인> 입니다. 평생 여색을 탐하면서도 동시에 여성을 경외했던 오스트리아의 작가 클림트가 남긴 마지막 초상화라는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의 말년 작품답게 황금빛은 시들고 색색의 다채로움이 피어나는 느낌이 듭니다. 장식적인 요소의 가미는 여전하네요. 귀족들에게 의뢰받아 그린 수많은 초상화화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 그리고 소장한 작품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경매 관련해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클림트의 이번 기록 전, 유럽 최고가의 명예를 누리던 작품은 스위스의 작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 I>이었습니다. 2010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이 작품은 당시 한화로 1,197억 내외의 가격을 기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자코메티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죠.(TMI...)
유럽 밖으로 나가면 스케일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는데요. 201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억 5,300만 달러, 한화로 약 5,343억에 거래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우리나라 로또 1등 당첨 평균 금액이 20억쯤 하는 걸 생각해 보면 살면서 로또를 262번 맞아야 살 수 있는 금액인 것이죠. 로또를 262번 보다 더 많이 맞은 남자는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형님이십니다. (형님!...)
이번엔 대한민국을 살펴볼까요? 혹시 여러분은 국내 작가 최고가 작품을 알고 계시나요? 최근 매년 경매 낙찰 총액 1위를 수성하고 있는 이우환 작가의 작품이 아닐까 추측하시는 분도 계실 텐데요. 정답은 '전면점화'라는 자신만의 추상 세계를 굳건히 구축한 작가 故 김환기 선생님의 <우주>입니다. 두 점이 한 세트를 이루는 이 작품은 기분에 따라 세로로 이어도, 가로로 이어도 굉장히 멋진 작품인데요. 2019년 홍콩 크리스피 경매에서 8,800만 홍콩달러, 한화로는 약 132억에 낙찰되었습니다.
이 작품으로 김환기 작가는 한국 작가 최초로 100억 원 이상 거래된 작품의 작가가 되었습니다. 많은 미술인들은 이 작품의 새로운 주인이 누구인지 참으로 궁금해했습니다만, 무려 3년 동안 소장자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외국인이다, 재벌의 손자다, 재미동포다... 등등 많은 설들만이 비어있는 이름 석 자의 자리를 공허하게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2년 글로벌세아그룹의 김웅기 회장이 본인이 이 작품의 소장자임을 밝혔습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의류 제조 및 판매 기업인 세아상역을 보유한 그룹이죠. 세아그룹 본사에 갤러리 S2A를 오픈하는 시점에 맞춰 <우주>의 주인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제가 <우주>를 소장하게 된다면 바로 인스타그램에 자랑할 것 같은데, 자신의 갤러리 오픈까지 3년을 참아낸 회장님... 존경합니다.
2022년 10월, 김환기 선생님의 <우주>는 <화중서가(畵中抒歌)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 라는 타이틀의 전시로 글로벌세아 본사에 전시됩니다. 입장료는 없었지만 인터파크 사전 예약을 성공해야 하는 미션이 있어 당시 꽤 치열한 티케팅이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저도 해당 전시를 보러 갔었고, 예상했던 대로 사진 촬영은 불가해 까만 눈동자에 푸른 우주를 담아왔습니다.
그런 그의 작품이 지금 용인에 있다는 소식입니다. 현시점 한구 미술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삼성가에서 움직였는데요. 리움 미술관은 바나나 파는 과일가게 아저씨 마우치리오 카텔란에게 맡겨 놓고, 용인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에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모았습니다. 환기재단이 운영하는 환기미술관을 제외하고는 이 정도 전시가 열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규모나 구성이 화려합니다.
1층과 2층으로 나눠져 총 120여 점의 작품을 다루는 이번 전시는 추상으로 가기까지의 김환기의 성장과, 본격적으로 추상의 세계를 열고 우주(전면점화)로 나아가는 김환기를 조명합니다. 특히 <우주> 작품 앞에서 인증 샷도 한 장 남겨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까요. 계속 한 작품을 이야기를 했지만, 만약 전시를 방문하시면 너무 <우주>에만 집착하지 말고 다른 작품들도 찬찬히 감상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가 염원하고 동경하는 우주에는 지구도 포함되어 있고, 우리는 두 발을 내딛고 있는 나의 우주를 몰라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