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얇은 바람막이를 구매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어떤 어플을 켜든 바람막이 제품 광고가 뜨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손가락을 가볍게 튕겨 관심 없는 광고를 걷어냈고, 그러던 중 까웨(K-WAY)의 광고에서 손가락이 멈춰 섰다. 지금처럼 롯데가 전개하기 이전에 까웨와 관련된 업무를 한 적이 있었다.(그땐 '버전원' 이라는 수입사가 전개했었다.) 현재는 멋들어지게 프랑스 본토 발음으로 '까웨'로 부르던 이 브랜드는, 국내 론칭하던 당시에는 '케이웨이'라는 다소 미국스러운 느낌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소개됐었다.
새로운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소개할 때, 그 브랜드가 헤리티지(역사나 유산)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는 굉장히 중요하다. 까웨는 그 점에서 역대급 자산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1965년 세계 최초로 완전방수가 되는 윈드브레이커를 개발한 까웨는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프랑스 사전에 윈드브레이커를 통칭하는 명사로 등재되었다. 일반적으로 대일밴드나 스카치테이프처럼 브랜드명이 대명사화 되는 현상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전에 등재된 수준. 이 정도 무기를 가지고 어떤 마케팅을 못할쏘냐 싶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고 까웨가 대한민국에서 소위 '대박'이 났을까? 케이웨이로 출발한 까웨는 직수입 제품만이 전개되어 다소 한계가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까웨의 장점 중 하나인 원색의 컬러웨이도 당시 국내에서는 좀 튄다는 인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지금의 까웨는 직수입 상품과 라이선스 제작 상품이 함께 전개되는 것 같다. 보다 유연한 환경 속에서 한국의 작가 차인철과 콜라보 제품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자신만의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로 높은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작가 차인철은 이번 협업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특히 파리의 일상, 그 중에서도 궂은 날씨에 주목해 협업을 진행한 것도 브랜드에 대한 깊은 공부가 선행됐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광고 하나 보고 홈페이지에도 방문하고 글도 하나 쓰고 티셔츠도 고르는 중이니 이번 까웨의 프로젝트는 꽤 설득력 있는 것 같다. 브랜드와 작가 모두의 다음 행보도 몹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