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 놓고 다른 한쪽 편에 나의 어머니를 실어 놓은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랑구랄>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을 어머니는 두 팔로 안아주었다. 그 품은 너무나도 포근하고 따뜻했다. 어머니의 품속에서 아들은 하루의 피로를 잊고 다시금 힘을 얻었다. 어머니의 품은 단순한 안식처가 아니라 사랑과 위로의 상징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제 내가 아들을 두 팔로 안아준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아들이라서 안아주는 것이다.아들은이미 많이 컸다. 그래도 아직도 나에게는 귀엽고 사랑스러운존재이다.
아들을 안아주는 것은 단순한 행위이지만 그것은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들을 안아줄 때마다, 나는 그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순간, 나도 어머니의 품속에서 느꼈던 그 따뜻함을 다시금 느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가 아들을 안아주는 것이 어머니의 고단한 삶의 시간에 위로가 되어 준 행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들이 사랑으로 느꼈던 그 순간, 어머니도 위로를 받는 순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말이다.
어머니는 많은 고생을 하셨다. 손이 쉴 틈이 없으셨다. 잠시 쉬는 시간은 짬을 내어 부엌에서 지친 몸을 누워있는 것이 전부였다. 밤낮없이 대가족 살림을 책임지고 있었고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까지 아버지와 어머님만을 바라보던 시절이었다.
추운 겨울조차도 붉은색 고무대야에 많은 빨래를 넣어 머리에 이고 삘래터에 가셨다. 얼어있는 차가운 물로 손빨래를 하고 손은 늘 갈라지고 부르텄었다.
어머니는 언제 쉬실까 어린 마음에 궁금도 했다. 혹시 누워있으시면 어디 아프실까 봐 걱정은 했지만 아들은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했다. 아무 걱정 없이 노는 게 일이었던 천진난만한 시간들이었다. 밖에서 어머니의 차가운 손이 얼어 있을 때, 아들은 방 아랫목 따근한 바닥에 누워 고구마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는 이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의 흔적은 지금의 나라는 존재로 남아있다. 아들 자체가 어머니의 흔적인 것이다. 그 흔적들이 남긴아들이아버지가 되었고, 이제는 내 옆에 아들이 서 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들을 안아 본다. 어머니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어머니의 품속에서 자라났던아들, 이제는 아버지로서 아들을 안아주며 그 사랑을 이어간다. 아들을 안아주는 것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어머니가 물려주신 사랑의 연속이다. 그 사랑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우리 가족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아들을 안아주는 그 순간, 나는 어머니의 사랑을 다시금 느낀다. 그 사랑을 아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감정으로는 아들도 아빠의 마음을 알고 있는 듯하다. 자기도 두 팔로 나를 안아준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서로가 이 세상에 존재함에 너무 감사함을 느낀다.
왜 아들을 안아줘야 할까?
그냥 감정이 나를 압도한다. 편도체 납치가 발생하는 순간이다. 감정이 이성을 지배하는 순간이다. 아들이 존재함이 나에게 행복이고, 이 행복을 살아있는 동안 계속 느끼고 싶다. 어머니의 사랑이 지금의 나에게서 아들에게 전이된다.
아들과 이어진 에너지가 오늘 하루를 당당히 버틸 수 있는 용기로 바꾸어 준다.
쌀쌀한 바람이 차갑게만 느껴지지만, 따뜻한 어머니의 품이 마음속 깊이 그리워지는것은 나도 어느새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