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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데미안', 젊음의 방황. 자아찾기

(책리뷰)헤르만 헤세 '데미안',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

by WOODYK
"나뭇잎들은 왜 강 아래로 내려가지요?" 은빛연어가 신기해하면서 묻자.
"그건 거슬러 오를 줄 모르기 때문이야" 하고 초록 강이 말했다.
"거슬러 오른다는 건 또 뭐죠?"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지. 꿈이랄까, 희망 같은 거 말이야. 힘겹지만 아름다운 일이란다." <안도현, 연어 중>


중고책으로 다시 접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세상을 이해하고 싶어 방황하며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메우고 싶었던 대학 시절, 내게 『데미안』은 하나의 철학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펼친 이 책은 전혀 다른 빛깔로 다가온다. 대학 시절의 나는 주인공 싱클레어 그 자체였다면, 지금의 나는 헤르만 헤세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작가가 된 듯하다.


대학 시절 나는 싱클레어처럼 방황했다. 어디로 향할지 몰라 정답만을 찾으려 애썼고, 노력해도 쉽게 풀리지 않는 청춘의 시간을 견뎌냈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성숙해 가는 과정에서 '나다움'을 찾아가고, 진정한 자기를 알기 위해 각성의 시간을 갖는다.


방황과 고통 속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멘토들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을 하나씩 쌓아간다. 자신을 모를수록 고통은 더욱 커지고, 타인에 의해 흔들리는 자아를 단단히 붙잡으려 애쓴다.





그 흔들림 속에서 데미안은 세상을 보는 관점을 확대해 주고, 삶의 철학과 자아를 찾는 길을 제시한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라는 순수한 영혼이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싱클레어가 스스로 자아를 발견하도록 돕고, 그가 성숙해지는 과정을 지켜본다.


데미안이 가진 세계관과 철학은 지속적으로 싱클레어 속으로 스며들고, 싱클레어는 결국 데미안을 자신 안에 살아 있는 또 다른 자아로 인식하게 된다.


『데미안』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문구가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의 틀을 깨고 나오려면 고통이 따른다.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고 나와야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젊은이들은 그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아직 미숙한 청춘이기에 다양한 세상과 마주하며 자아는 아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너무 편안한 곳에 머물 때 성숙과 성장은 지체된다. 자아를 알아가는 과정은 반드시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 속에 즐거움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시간들은 자신을 성숙시키는 과정이기에 편안함보다는 고난이 앞설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니체의 말처럼,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가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어떤 모습이 자아의 진짜 모습인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나답게 사는 것인지. 알에서 나오기 위해 자신과 투쟁하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라는 것이다.


회사에서 젊은 후배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데미안』을 읽어보라는 권유로 대신하고 싶다.


지금의 나이가 되어도 자아를 찾아가는 길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전히 다양한 세계 속에서 흔들리는 존재다. 하지만 성숙해지고 성장하며 자신만의 철학과 색깔은 드러나게 된다. 그것은 젊었을 때 자아를 고민해 왔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숙은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흔들리는 젊음을 간직한 사람들은 『데미안』을 꼭 읽어보았으면 한다. 이 세상에서 자아를 찾는 여정에 강한 의미를 줄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가 자신의 별을 떠나는 여정을 그렸고,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이 새로운 세계를 향한 열망을 보여주었으며, 안도현의 '연어'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은빛 연어를 노래했듯이, 『데미안』 속 싱클레어도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이 순탄하지는 않지만 하나씩 자신의 세계를 깨뜨리며 성숙해 간다.


우리의 삶이 그와 닮아 있기에, 우리는 아직도 『데미안』을 고전의 명작이라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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