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이들에게 휴대폰사용과 컴퓨터 게임을 자제하라고 잔소리를 합니다. 아이들은 학원 다녀와서 잠시 쉬는 것뿐이라며 맞섭니다.
공부하고 왔으니, 건드리지 말라는 말투입니다. 할 것 다하고 노는 것이니, 잔소리 좀 그만하라는 의미입니다.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뜻입니다.
겨울방학을 시작할 때 스키장에 가고 싶다는 아이들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방학이기도 하고 집에서 휴대폰만 붙들고 있는 아이들이 보기 싫습니다. 차라리 집 밖에서 노는 게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키장까지 몇 시간을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아이들과 나눌 대화도 준비했습니다. 아빠가 지금까지 살아보니, 시간을 아끼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고2가 되는 큰아들과는 진학과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은 자동차의 출발과 동시에, 귀에 에어팟을 꽂은 채 각자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시작합니다. 스키장에 도착할 동안, 아이들과의 대화는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은 보드타기를좋아합니다. 아빠가 초보 수준의 실력으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르쳤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는 강사 선생님께 강습을 받게 했습니다. 선수 수준의 실력을 만들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커서 친구들과 어울릴 때 소외되거나 위축되지 않을 정도의 실력만 만들어 주려는 것뿐입니다.
두 녀석 모두, 이제는 제법 폼 잡으며 즐길 수 있는 실력입니다.
오전부터 점심시간이 지날 때까지 쉬지 않고 탔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는데, 아빠는 지쳤습니다. 무리해서 지치는 체력이 아니라, 나이 듦에서 오는 한계입니다. 이젠 더 이상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함께 놀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아이들을 설득해서 늦은 점심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하면서 큰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빠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체력적으로 너희들과 함께 놀러 다니는 게 힘들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너희들과 함께 놀 수 없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아빠의 마음이 서글프다고 말했습니다. 큰 아들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식사를 끝내고 아이들만 리프트 정상으로 올려 보냈습니다. 더 이상 아이들을 따라서 보드를 타는 건 무리입니다.
나이 듦은 아이들과 멀어진다는 신호입니다. 함께 할 수 있는 게 줄어듭니다. 같이 놀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집니다. 각 자의 할 일이 더 많아집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역할을 이제는 그만해야만 한다는 마음이 듭니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말이 많아졌습니다. 형과 동생은 서로의 보드 실력을 깎아내리며 즐거웠던 하루를 웃음으로 되짚습니다. 아빠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산 정상에서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즐거움이 거의 다 끝나간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이 착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