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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부아빠 Feb 08. 2023

주부아빠는 그냥 아빠!

빨래 널기 좋은 날입니다.

얼마 전에 라디오에 출연했습니다. 

울산 MBC라디오 작가님께서 이메일과 전화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작가님은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프로그램의 코너를 "사회적 소수자"를 찾아서 소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TV방송출연 제안을 포함하면 대략 5회 정도 요청을 받았습니다. 

TV출연은 거절했습니다. 가족들 중에서 찬성하지 않은 식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라디오는 3회 출연했습니다. 


모든 방송에서는 본명대신, '주부아빠'로 출연했습니다. 

주부아빠로 살게 된 동기와 일상생활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연히 주부아빠로서의 부끄러움과 어려운 점을 질문받았습니다.

지루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제 삶을 나눴습니다.



사람들은 '주부아빠'라는 타이틀이 신기하고 재미있나 봅니다.

낯섦은 인정하겠으나, 사회적 소수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부부의 역할이 바뀌었다고, 방송의 소재가 되는 모양입니다. 

아빠가 집에서 살림하고, 엄마가 밖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게 흔한 일인데도 말입니다. 


서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맡았을 뿐입니다. 

지금의 상황과 여건에 따랐을 뿐입니다.

우리 가정이 살 수 있는 길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우리 가족은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수업 후, 친구들을 집으로 데려오면 아무렇지 않게 친구들에게 아빠가 살림하신다고 말합니다.

아빠도 외출할 때마다, 장바구니를 챙기는 게 당연합니다.

친구들 모임이나 중요한 미팅을 갈 때면, 

귀갓길에 마트에 들러서 장을 보려고 서류가방 안에 장바구니를 구겨서 넣고 다닙니다. 


저에게는 이런 삶이 특별한 삶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입니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새 학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서를 받아올 것입니다.

아빠는 부모님 직업에 주부라고 적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주부아빠인 아빠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흐릿한 하늘 구름을 뚫고 나온 햇살이 포근합니다.

마시던 커피를 다 마시면, 큰 아이의 이불을 빨아서 널어야겠습니다.

빨래 널기 좋은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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