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부아빠 Jun 09. 2023

콩국수, 칼국수 그리고 영화관데이트

영화보다 영화 같은 주말을 보냈습니다.

아내는 알뜰합니다. 동네마트의 쿠폰과 다양한 적립을 놓치지 않습니다. 자동차 주유소 포인트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저와는 반대의 꼼꼼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이런 아내의 알뜰함이 아빠를 힘들게 합니다.


얼마 전, 아내에게서 주말에 영화 <범죄의 도시 3>를 예약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아내는 영화를 보는 일에 지출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부부는 주말만큼은 각자의 시간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는데, 갑자기 영화를 예약했다는 소식에 의아했습니다.


아내는 영화를 위해서 돈을 지출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에 만료되는 제휴카드 포인트를 사용했을 뿐입니다.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답니다. 여행용 칫솔소독케이스 몇 개를 구매하고 남은 포인트로는 영화를 예약했습니다.


이렇게 아내의 알뜰함 덕분에 영화관 데이트를 즐겼습니다.


오랜만 가보는 영화관 데이트입니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팝콘과 콜라를 샀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내와 나란히 앉았습니다. 앉자마자 아내에게 혼났습니다.


다 먹지도 못할 팝콘, 몸에 좋지도 않은 콜라를 왜 샀냐고....


영화 속 액션은 통쾌했고, 대사의 유머는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새벽에 운동을 하고 온 제 체력은 졸음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결국, 저는 영화를 보면서 졸거나 잠을 잤습니다. 아내는 중간중간 저를 깨우며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저는 또 혼났습니다.


영화를 보다가 졸았다고,

그냥 자기만 한 게 아니라, 코까지 골아서,

나를 깨우느라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혼났습니다.


아내에게 빌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아내는 간신히 화를 풀었습니다. 점심은 아내가 좋아하는 칼국수로 정했습니다. 아내는 칼국수, 저는 콩국수를 주문했습니다. 반찬은 셀프입니다. 기분을 푼 아내를 위해서 반찬을 먹음직스럽게 담았습니다. 맛있는 점심을 다 먹고 나서 아내에게 또 혼났습니다.


음식을 허겁지겁 먹었다고,

셀프반찬을 너무 많이 담아와서 남겼다고,

배부르다며 국물까지 다 마셨다며, 뱃살관리를 못한다며 또 혼났습니다.

식사 후 동네카페에 들렀습니다.

평소 아내가 궁금해하던 카페입니다. 다행히도 주문한 커피맛에 아내의 화가 풀렸습니다.

카페 분위기와 커피의 맛이 나를 살렸습니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주말을 보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