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린 Jul 09. 2023

#Nothing lasts forever

영원한 것은 없다.


나는 늘 마음 한 켠에 ‘이별’이라는 슬롯을 만들어두고 살아간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영원하단 말이 참 유치하다는 애늙은이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소 시니컬한 성격처럼 보이거나 ’너 혹시 T야?’라고 누군가는 나에게 말하겠지만, 오히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자기 최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흐르고 있는 인생의 타임라인에서 가장 지키고 싶고, 소중한 것들은 사실 언젠간 내게서 사라지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가족, 남자친구,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했던 커리어, 같이 있으면 너무 즐거운 친구들. 하다못해 나의 가치관까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은 절대 영원할 수 없다. 

왜냐고? 시간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시간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게 고약한 놈이다.


그렇기에 난 항상 시뮬레이션을 돌려본다.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헤어지는 시뮬레이션을 말이다. 

왜 쓸데없이 미리 걱정하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무런 대비도 없이 헤어짐을 맞이한다면 나 자신조차 지키지 못할 정도의 슬픔이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다. 

그저 나만의 의식적인 안전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어쩌면 현재의 내가 너무 충만하고 행복해서일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모든 게 온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풍만한 이 시절을, 미래에 후회 따위로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가장 큰 형벌이라고도 불리는 ‘후회’라는 감정은 항상 늘 나를 괴롭고 외롭게 만들었다. 그 축적된 학습으로 인해 나의 특이한 자기방어 기제는 형성된 것만 같다. 


사실 이런 삶의 스탠스를 갖기까지 참 괴로웠다. 작은 고백을 하자면 나는 꽤나 부정적이고 불평불만이 많은 인간상에 가까웠다. 불평과 불만을 쉽게 제기해 나의 가까운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모습에 죄책감과 후회로 마음이 늘 힘들었다. 간단히 말해 철이 든 것일까? 그 철듦의 시작 단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게 ‘감사하는 마음 갖기’였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스꽝스러운 강박증도 생겼다. 잠겨야 할 것들이 잘 잠겼는지 꼭 더블 체크하기, 약간의 건강염려증 증세, 모든 추억은 전부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버릇 등등.. 

이런 우스꽝스러운 점들이야말로 나만의 안전지대를 만들고 있는 행동들인 듯 하다.


하지만 열심히 대비해도 항상 생기는 것이 바로 변수 아니겠는가. 

변수를 받아들일 마음 그릇의 크기도 열심히 늘리려 한다. 그것에만 집중해도 됐다! 후회는 없을 것이다.

늘 행복하고 친절하게 현재를 즐기자, 채린아.

작가의 이전글 #행운과 리스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