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히즈 May 05. 2024

맵디 매운 피드백



처음 독립출판을 하고 공개하기 가장 꺼려졌던 인물들은, 내 동료들이었다. 현업에서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비칠 내 글은,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상상을 줄곧 했는데. 내가 너무나도 자기객관화가 잘 된 탓에, 어떤 피드백이 올지 예상되는 터였다. 완성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허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나의 허점을 내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판물을 그들에게 건네며 자기 위안 삼아 이 말을 꼭 덧붙이고는 했다.   


"출간을 목적으로 하다 보니 조금 덜 솔직했어요. 자신이 없네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들의 피드백을 듣기 전부터 내가 선수를 쳐 그들의 피드백으로부터 도망친 것이다. 나도 이미 알고 있으니, 살살하라고. 하지만 그들은 내 동료답게, 아주 솔직하게 가장 강력한 피드백을 주었다. 이건 앞으로도 쓰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도 계속해서 궁리해야 할  내  과제니까. 그 정도 받아들일 깜냥은 있다.  


첫 번째. 공감을 받기 위한 글보다 읽는 이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는 글을 쓸 것.  

두 번째. 모든 문장에서 감동을 줄 필요가 없다. 오히려 뜻밖의 한 문장을 만들 것. 의외로 사람들은 그런 문장을 기억한다는 것.  

세 번째. 내 글을 위한 장르를 모색할 것.  

네 번째. 결국 정체성, 즉 캐릭터를 찾을 것.  


무엇보다 나의 가장 든든한 동료인, 김실장님이 신랄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나는 그것이 너무나도 맵긴 했지만,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서라도 필요로 한 피드백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안다.  


"논리정연하게 쓰려고 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결론을 내려고 애쓰는 게 보였어요. 굳이 결론이 필요 있을까요." 

"글은 많았는데, 캐릭터가 안 보였어요. 읽으면서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가 느껴져야 하는데 캐릭터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어요." 

"그럼에도 난 이런 게 좋았어요. 남서향에 위치한 장례식장을 말했을 때, 왜 이 사람은 남서향을 이야기하는 걸까. 남서향 집에 사는 사람이니, 이 집은 일몰이 예쁘겠구나. 일몰이 들어오는 이 집은 어떤 모습일까. 나무들이 잘 자라는 풍경이겠구나.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니까, 그러니까 너무 지인들의 피드백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근데 자기 자뻑은 좀 필요할 것 같아요.


나는 맵기도 매운 그들의 피드백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오늘도 또 이렇게 무엇이라도 끄적여 본다. 하루하루 층층히 진짜 내 캐릭터를 찾기 위해 애쓴다. 매일매일 적어 내려가는 기록물은 분명 날날이 늘어나는 실력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츠네타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말 안 듣는 김민서에 대한 개빡침을 이야기하고, 불투명한 직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고 보잘 것 없이 하찮은 내 똥차 시붕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술꾼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부지런하게 솔직해지고, 부지런하게 애 쓸 도리 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에너지 충전을 위한 극약처방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