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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혼 Jul 11. 2021

<이른 나이에 이른'기레기'>Vague...

지금 내가...당장 해야할 것이 보이지 않을 때

<중부일보>로 이직한지도 한 달이 되어간다. 나름 잘(?) 버티고 있다. 인터넷 언론사와 주간지에서 근무하며 사실상 '프리랜서'에 가까운 기자 생활을 했던 나에겐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기사를 쓰는 방식과 일간지의 시스템, '출입처'의 중요도 등은 나의 자유로운 취재 생활에 족쇄를 채웠고 스트레스를 안겨다 주었다.


특히 지역지이기 때문에 탐사보도의 주제가 될만한 아이템과 서울 중앙 이슈에는 접근을 지양하는 것이 화가 났다. 여러 제보들을 받았지만 "인천이 아니면 취재하지 말라"고 하는 선배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괜히 왔나", "내가 원했던 건 이런 게 아닌데..."라는 회의감에 젖었다. 


다만 "특종과 단독이 될만한 것들은 시도는 해보라"는 답변을 듣고 우울감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술에 취해 MBC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감정들을 토로한 끝에 "그게 지역지의 한계"라는 답을 들었다. 경향신문 선배는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수도권 전부 정보 기근이다. 기자는 이슈를 좇는 사람이 아닌 이슈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 이슈가 어떤 사람을 위하게 될지는 너의 판단이자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5·18과 4·19 등 역사적인 사건들이 서울에서 있었냐? 역사는 지역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그 역사를 네가 만들 수도 있는 거다. 인천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신경 쓰지 말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고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들여다봐. 그 지역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고 중앙에만 몰두하는 너의 편향적 생각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넌 서울 메이저 절대 못 간다"고 지적해주셨다. 

최근 사회부 법조팀으로 인천지검과 인천지법을 담당하게 되면서 '법조기자'가 됐다. '법조' 답지도 않은 법조를 담당하게 되면서 공부할 양도 늘었고, 읽지 않던 책도 다시 펴게 됐다. 


열심히 해보자 라며 인천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을 들여다보고 검찰에서 어떤 사건을 수사하는지 법원에서 어떤 재판이 있는 지를 체크하면서 노력했다. 연고도 없는 곳이라 하루에 10곳이 넘는 변호사 사무실을 돌아다닌다.  정보를 모으던 내가 하루아침에 명함 팔이가 되어버리면서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여기서 무너지면 더 이상 갈 곳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부일보>라는 나름 지역 메이저인 언론사에 왔다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린 만큼 배수진으로 일상을 임하다 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냐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 까짓 거 해보자. 인천만 하라고 하면 인천에서 이름 좀 날려보자."라는 막연한 목적은 몇 년의 유통기한이 남았을까? 우선 경찰서와 변호사 사무실부터 싸그리 돌아다녀 봐야겠다. 


지금 답이 없어도 지난 5년이 넘는 기자 생활에서 깨달은 건 성실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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