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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석 Mar 27. 2024

순명

고난주간 묵상 3  


마가복음 14:36

아빠 아버지,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묵상 : 유월절 만찬을 통해 피의 새 언약을 선포하신 예수님은 제자들과 예루살렘 동쪽에 있는 올리브산으로 가십니다. 제자들은 잠시 지척에 머물게 하시고 철저하게 혼자 하나님 아버지께 엎드려 기도하십니다. 마치 올리브 기름을 짜는 통속에 들어간 듯한 고통과 번민 속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기도하십니다.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모든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이시니 제발 이 고난의 십자가를 지지 않고 주님의 계획을 이룰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달라고 애원하십니다. 하지만, 이 애원은 어린아이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 아빠에게 때를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옛날 이 성전산에서 이삭이 백세가 넘은 아버지의 말을 믿고 순순히 밧줄에 묶여 번제단 위에 누운 일이 포개져 보입니다.  

예수님도 아버지 하나님이 당신이 원한다고 하면 모든 것을 들어주실 것 같아 '내 뜻"이 아니라 "아버지 뜻대로'를 선포하십니다. 


절체절명의 상황,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 뜻대로"를 외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육체적 고통이든 정신적 고통이든 극단의 고통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진 저를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하나님 아니라 하나님의 할아버지라도 팔아먹을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병원에서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극단적인 고통을 평생 안고 사는 분들은 그래서 죽음이 오히려 축복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주님, 가능하다면 시험과 고난을 겪지 않고 말씀에 순종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님의 고난과 순종을 배우라도 말하지 않고, 다만 그 고통을 함께 아파하게 하소서. 아버지의 뜻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그 말씀을 진지하게 듣고 순종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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