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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하늘 Jul 14. 2024

짜증, 생각의 전환

+ <놀.뭐> 우리들의 축제, 수요일 하늘, 다음 작품

1. <놀.뭐> 우리들의 축제


<놀면 뭐하니> 다른 편은 안 보는데 음악 관련 편은 늦게라도 챙겨보게 된다.


전반부 무대는 너무 빠르고 정신없어서 조금씩 스킵했고

후반부부터 즐기며 봤다.


해체 후 3년 만에 다 같이 무대에 선다는 러블리즈를 보며 뭉클했다.

좋아하던 그룹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싶었는데 결국은 내 추억 때문이었다.

친구들과의 즐거웠던 한 장면이 떠올랐는데

연말에 친구들과 우리 집에서 나름의 연말 파티를 했던 기억이다.

배경음악 정도로 틀어놓은 TV에서 러블리즈가 나왔다.

사는 게 바빠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그간의 생활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하고 행복했다.

먼 미래에서 볼 때 과거의 배경음악은 힘이 세다.



2. 짜증


프리랜서로 3군데의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각 기관에서의 업무가 조금씩 다른데

업무와는 별개로 한 센터와는 일하는 스타일이 정말 안 맞는다.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그 센터는 시스템이 하나도 없다.

뭐든지 코앞에 닥쳐야 하고 그러다 보니 공지가 늘 갑작스럽다.

또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정보도 엉성하게 제공하고 주먹구구식이다.

오너의 스타일이 그러니 아마 그 기관은 문을 닫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어제도 일을 마치고 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원장이 갑자기 와서는 무언가를 하려고 해서 황당했다.

늘 이런 식이다.

사람의 시간을 뺏을 거면 미리 얘기를 해야 하는 건 기본 아닌가?

더군다나 나는 정규직도 아니고 프리랜선데.

결국 5분 정도 들어주다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아

뒤에 일정이 있어 가봐야 된다고 하고 나왔다.


다음 주에 일찍 와서 볼 테니

내가 해야 되는 걸 정리해서 적어놓으라고 했는데

원래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어쩌고 하길래

인수인계를 받은 것도 없고 교육이나 교육자료를 받은 적도 없고

더군다나 오늘 끝나고 시간 괜찮냐고 나한테 묻지도 않았고.

대충 이런 내용을 언급했더니 아무 말도 못 하더라.


왜 꼭 이런 당연한 얘기를 내가 직접 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나올 것이다.

사실 지금 계약을 파기하고 나와도 나로선 손해 볼 게 없지만

그 기관의 클라이언트들은 마음에 들어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부디 다니는 동안 내가 계약을 깰 만한 별 일이 없기를.



3. 수요일 하늘


모처럼 쨍한 하늘이다. 구름이 미쳤다.

즉흥적으로 카페 나들이를 했다.

이런 날은 하늘만 봐도 기분이 좋다.



4. 다음 작품


어젠가 그젠가 불현듯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래서 잊기 전에 부랴부랴 메모를 해두었고

일단 기획안부터 작성하려 한다.


이번 작품이 출간 조율 중이지만

또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원고 초안을 다 완성하고는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책 분량의 글은 쓰고 싶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의외다.



5. 생각의 전환


수업과 코칭을 10년 넘게 했다.

초보일 때보다 실력이 월등히 향상되었지만

그와는 상관없이 경력에 비례해 부담과 걱정 또한 커졌다.


계속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상태로 일을 하면 안 될 것 같아

이번주 내내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3일쯤 되자 얼추 본질적인 이유가 정리됐다.

[일=평가]라는 공식 때문이었다.

수업과 코칭을 하는 모든 시간을

내 능력에 대한 평가를 받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쉴 새 없이 계속 이어지는 평가에 어떻게 지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유를 직면하고 생각을 전환하기로 했다.

내 수업과 코칭은 평가의 시간이 아니라 내가 아는 걸 나누는 시간이라고.

내 분야에 있어서는 내가 그들보다 전문가니 자신감을 가져도 되고

까다로운 사람을 만나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결국 내가 필요한 사람은 남아 있고

다른 사람이 필요한 사람은 떠나겠지.


그러다 보면 오히려 내 강점과 스타일이 더 명확해져

나와 맞는 이들과 만날 확률이 커질 테니

장기적으로 보면 그 편이 훨씬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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