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의 연애 얘기를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각종 연프(연애 프로그램)를 즐겨본다.
전에는 친구들과 만나거나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직접 말하고 듣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친한 친구들은 다들 사느라 바빠 연중행사로 보는데 만난다 해도 뭐 그들에게는 들을 만한 연애 얘기가 별반 없고, 적당히 가까운 지인들과 만나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애 얘기보다는 먹고사니즘과 관련된 얘기를 한다. 또 이제 주변에 연애를 하는 사람이 없고, 설령 연애를 한다고 해도 지극히 사적인 본인의 연애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나도 내 얘기를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하는 건 불편하니 피차일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컨셉의 연프가 계속 끊이지 않고 나온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얼마 전 <환승연대 3>가 끝나서 아쉬웠는데 곧 <돌싱글즈 5>가 시작된다고 한다. 지금 방영 중인 건 <나는 솔로>와 <나솔 사계>, <연애남매>인데, <나는 솔로>와 <나솔 사계>는 시즌제가 아니라 매주 볼 수 있어서 좋다.
관찰 예능이 한동안 엄청 성행하다가 이제 웬만한 건 식상하다는 평을 얻는 반면, 연애 관찰 예능의 인기는 계속해서 좋은 것 같다. 도파민 중독인 현대인들에게 남의 생생한 연애를 실시간으로 훔쳐보는 것만큼 자극적이고 짜릿한 게 있을까? 생각하면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다. 내 연애가 아니니 훈수 두기가 쉽고, 내 주변인의 연애가 아니니 행여 무슨 원망을 들을까 눈치 보며 얘기하거나 입을 꾹 다물지 않아도 된다. 상대방의 연애는 마음껏 보면서 내 연애를 공개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남녀의 행동을 관찰하며 수시로 바뀌는 애정전선을 예측하는 것도 재밌는데, 그들이 실제로 연애를 하거나 결혼이라도 한다 하면 그 현실감에 '방송이지만 방송 같지 않은 느낌'마저 든다.
전술한 사항 모두가 내가 연프를 좋아하는 이유고, 나는 여기에 '교육적 이유'를 하나 더 얹는데, 그 이유가 나에게는 가장 크고 가장 의미가 있다. 나는 연프를 보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배운다. 남자 대 여자의 관계도 배우지만, 사람 대 사람의 관계, 사람들 속에서의 관계 역시 배운다. 좋은 건 나도 저렇게 해야지 하고, 나쁜 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한다. 전에는 힐링 영화나 힐링 드라마를 보며 배우던 것들을 이제는 연프를 보며 배운다. 따뜻하고 잔잔한 작품들이 인기가 없어지면서 잘 안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 FM적인 건 어느 정도 알겠으니 훨씬 현실에 가까운 스크립트들을 보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며칠 전부터 요즘 연프의 시초라고 하(지만 어쩐지 나는 아직 안 본)는 <하트시그널 2>를 보고 있다. 아직 볼 게 남아있어 좋고, 재밌는 교재를 통해 계속 배울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