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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하늘 May 06. 2024

연애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나는 남의 연애 얘기를 듣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래서 각종 연프(연애 프로그램)를 즐겨본다.


전에는 친구들과 만나거나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직접 말하고 듣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친한 친구들은 다들 사느라 바빠 연중행사로 보는데 만난다 해도 뭐 그들에게는 들을 만한 연애 얘기가 별반 없고, 적당히 가까운 지인들과 만나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연애 얘기보다는 먹고사니즘과 관련된 얘기를 한다. 또 이제 주변에 연애를 하는 사람이 없고, 설령 연애를 한다고 해도 지극히 사적인 본인의 연애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심지어 나도 내 얘기를 나를 아는 사람들에게 하는 건 불편하니 피차일반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컨셉의 연프가 계속 끊이지 않고 나온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얼마 전 <환승연대 3>가 끝나서 아쉬웠는데 곧 <돌싱글즈 5>가 시작된다고 한다. 지금 방영 중인 건 <나는 솔로>와 <나솔 사계>, <연애남매>인데,  <나는 솔로>와 <나솔 사계>는 시즌제가 아니라 매주 볼 수 있어서 좋다.


관찰 예능이 한동안 엄청 성행하다가 이제 웬만한 건 식상하다는 평을 얻는 반면, 연애 관찰 예능의 인기는 계속해서 좋은 것 같다. 도파민 중독인 현대인들에게 남의 생생한 연애를 실시간으로 훔쳐보는 것만큼 자극적이고 짜릿한 게 있을까? 생각하면 별로 이상한 일도 아니다. 내 연애가 아니니 훈수 두기가 쉽고, 내 주변인의 연애가 아니니 행여 무슨 원망을 들을까 눈치 보며 얘기하거나 입을 꾹 다물지 않아도 된다. 상대방의 연애는 마음껏 보면서 내 연애를 공개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남녀의 행동을 관찰하며 수시로 바뀌는 애정전선을 예측하는 것도 재밌는데, 그들이 실제로 연애를 하거나 결혼이라도 한다 하면 그 현실감에 '방송이지만 방송 같지 않은 느낌'마저 든다.


전술한 사항 모두가 내가 연프를 좋아하는 이유고, 나는 여기에 '교육적 이유'를 하나 더 얹는데, 그 이유가 나에게는 가장 크고 가장 의미가 있다. 나는 연프를 보며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배운다. 남자 대 여자의 관계도 배우지만, 사람 대 사람의 관계, 사람들 속에서의 관계 역시 배운다. 좋은 건 나도 저렇게 해야지 하고, 나쁜 건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한다. 전에는 힐링 영화나 힐링 드라마를 보며 배우던 것들을 이제는 연프를 보며 배운다. 따뜻하고 잔잔한 작품들이 인기가 없어지면서 잘 안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 FM적인 건 어느 정도 알겠으니 훨씬 현실에 가까운 스크립트들을 보고 싶어서 이기도 하다.


며칠 전부터 요즘 연프의 시초라고 하(지만 어쩐지 나는 아직 안 본)는 <하트시그널 2>를 보고 있다. 아직 볼 게 남아있어 좋고, 재밌는 교재를 통해 계속 배울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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