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랑하늘 Dec 23. 2023

에세이 쓰기 모임에 부부는 우리뿐이다

어쩌다 보니 <모.쓰.다> 멤버!

올해 2월, 느닷없이 마음 안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파도가 강하게 일어 브런치 작가 신청 버튼을 신속하게 눌렀다가 거절 역시도 신속하게 당했다. 신청서에 어떤 내용을 썼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충동적인 행위였기에 지금 돌아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브런치에 기분이 많이 상해 한동안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그러던 3월의 어느 날, 심심해서 둘러보던 블로그에서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를 동네책방에서 하는 에세이 쓰기 강연 소식을 접했다. 강연자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꽤 인기 있는 에세이책을 낸 작가인 듯했고, 4월부터 격주로 열리는 5회 강연 중 원하는 강연만 따로 신청이 가능했으며, 무려 무료로 진행이 된다고 했다. 하여 고민 없이 바로 '신청' 버튼을 눌렀다. 브런치 작가는 '흥'이었지만 마음속엔 계속 작가에 대한 미련이 그득했던 것 같다.


사정 상 1회차는 못 가고 2회차에 참석을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강연도 좋았지만 참석자분들이 과제로 써온 글을 낭독하는 시간이 신선하면서도 편안하고 재밌고 참 좋았다. 그래서 남은 강연도 신청하려고 했는데 이런. 3, 4회 강연은 이미 마감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강연인 5회차만 연휴(6/6)와 겹쳐서 그런지 자리가 비어있어 그거라도 얼른 신청했다.


마지막 강연까진 시간이 많았고, 딱 한 번 참석한 강연의 여운은 생각보다 짙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번엔 글의 주제와 방향성에 대해 공들여 고민을 했고 정성 들여 글을 썼고 성실하게 퇴고를 했다. 그러자 비로소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기뻤고, 신나게 글을 쓰다 보니 금세 6월 6일이었다. 마지막 강연은 작가님과 기획자인 아내분이 나눠서 해주셨다. 출판의 과정에 대해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또... 맥락은 기억 안 나지만 강연을 듣고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 성공했고 작가님(강연자님) 구독도 했다고 TMI를 남겼...)






강연을 통해 글쓰기와 출판에 대한 동기를 가득 얻었고 실제로 온라인상에서나마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얻은 건 따로 있다 - 바로 강연의 인연으로 탄생한 <모.쓰.다>('모두 쓰고 있습니다'를 줄여서) 에세이 모임의 멤버가 된 것!


강연의 마지막 날 일이 있어 서둘러 나오려는데 에세이 쓰기 모임에 참여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강연에 두 번밖에 참여를 못했고 당장은 가야 하는데 괜찮은지 물었다. 휴대폰번호를 남기면 연락을 준다고 해서 흔쾌히 그렇게 했다.


얼마 후 진짜 연락이 왔고 6월 말부터 수줍게 모임이 시작되었다. 카페에서 격주로 모여 각자 써 온 글을 낭독한 후 피드백 시간을 갖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운전이 하기 싫어 모임이 있을 때면 남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카페에서 만나니 내가 모임에 참여할 동안 남편은 다른 테이블에서 할 일을 하다가 끝나면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가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2-3번 정도 같이 모임장소에 갔고 내가 하는 모임이 좋아 보였던지 남편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행히 회원분들도 좋아해 주셨고 나와 남편은 모임 내 유일한 부부 회원이 되었다.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성실하게 완성한 글을 들고 모였고, 그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늘 시간이 부족했다. 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인생 이야기로 번지기도 했고 그 반대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꾸준히 만나며 함께 나눈 밀도 높은 대화만큼 내적인 거리감도 가까워져 늦여름엔 점심도 같이 먹고 가을엔 단풍 구경도 함께 했다. 하나씩 늘어나는 추억 속 나에게 에세이 모임은 어느샌가 소중해졌다. 모임을 시작하고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걸 느낀다며 남편 역시 만족도가 높다.


다음 주에는 올해의 마지막 모임이 있다. 카페에서 글에 대한 이야기를 평소보다 짧게 나누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언젠간 써야지 생각했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남기고 싶어졌다.

<모.쓰.다>, 내년에도 파이팅!



<모.쓰.다>의 가을 소풍. 예뻤던 카페.



+) 공감, 댓글, 구독에 생각보다 힘이 많이 나더라고요. 모두 감사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 동네 단골 음식점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