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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JANE Jun 07. 2020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 사람

<첫 여행>


발리에는 고양이들이 참 많다. 사람 수 보다 더 많아 보여. 식당에 앉아 밥을 먹으려니 자연스럽게 옆 자리에 와 앉는 것이 당황스러웠다. 둘러보니 다른 관광객들도 나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때까지 길고양이를 한 번도 손 대본 적 없는 나는, 자연스레 내 옆자리에 올라와 앉아있는 이 작은 동물이 영 맘에 안 들었다. 등 돌리고 있으니 프랑스 남자는 나란히 앉아 밥을 조금 떼어 고양이에게 준다.


“으-"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듣지도 않고 고양이를 쓸어 만졌다. 길 고양이를 왜 만지는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 의지의 눈빛. 당돌. 천연덕.
▲ 빨리 더 내놓아라 이놈아.



이해를 할 수 없는 것들은 많이 있었다. 이 외국인은 왜 자꾸 귀찮게 물어보는 걸까. 같이 여행을 하자고 꼬시니 영 성가셨다. 진지한 연애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몇 번의 잠자리와 일주일의 발리 여행을 끝으로 작별인사를 생각하던 나는 잠시 고뇌에 빠졌다.


잠자리를 할 수 있을지 틈틈이 간 보던 연애 가능한 대상들은 많았다. 그러나 목적이 뻔히 티가 나는 관계들에는 관심이 없었다. 여행길을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기까지는 꽤 신중해야 하는 과정이다. 난 다시 용기 내어 떠나온 나의 소중한 모험의 여정을 타인에 의해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다른 남자들과는 달리 잠자리를 하고 싶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지 않았고 후진 스킨십으로 관계를 시작하려는 것이 없어 맘에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곁에도 언제든 잠자리를 간 보는 여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주 달랐는데 그것이 꽤 재미있었다. 어느 날 나는 텐트 안으로 기어들어온 개미 한 마리를 휴지를 툭 뽑아 눌러 죽였다. 나를 보면서 그가 황당하다는 듯 소리 높여 묻는다.


 "개미를 왜 죽여? 잠깐 길을 잘 못 들어온 거야!"  


나는 기가 차서 한참을 껄껄껄 하고 웃었다. 얘는 참 이상한 사람이다, 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고개를 돌려 개미를 죽인 것에 잠시 마나 죄책감을 가지고 곱씹어보게 되는 것이다. 단 한 번도 이것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자꾸 내게 왜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딱히 내가 대답할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함께하는 시간 동안 그가 나에게 주로 했던 것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그는 나에게 자꾸만 생각할 일을 만들어 주곤 했다. 그렇게 생각을 자주 하니 행동이 되었다. 약한 것들을 돌볼 줄 아는 일. 약한 것 앞에서 함부로 힘을 사용하지 않는 일.  착한 마음을 가진 그가 좋았다.



▲ 스미냑의 어느 밤, 두 번이나 갔던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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