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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Nov 16. 2022

'어깨너머' 얻게 된 사업 노하우 기록

조급함에 시작하게 된 사업 교양

"어릴 때야 앉혀 놓고 알려주고 그러겠지만, 나이 든 사람한테 그러긴 쉽지 않지. 그래서 저 사람한테 아무도 코멘트하지 않는 거야. (저 사람은) 그냥 그대로 늙어가겠지. 아무것도 모르고."






얼마 전 어떤 미팅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례한 분을 만났다.

나이는 40대 정도였는데, 사회적 관계에 대한 노하우가 전혀 없었다. 감상을 잠깐 얘기하자면 이렇다. 일의 전체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본인에 대해서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것 같았다. 본인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본인을 추켜세우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렸다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계속했다.


나는 그곳에서 나이가 어린 편이었기 때문에 가만히 분위기를 살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미팅에 있었던 다른 분들이 그분에 대해서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로 눈짓만 오가는 묘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가타부타 코멘트 같은 것은 없었다. 그렇게 미팅이 마무리됐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 일은 자연스럽게 잊혔고, 그 사이 미팅에서 만났던 다른 분과는 꽤 친해졌다. 오랜만의 안부인사와 함께 그분의 얘기가 잠깐 나왔다.



여전히 무례한 분은 무례한 채로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잘나지 않은 그 상태 그대로. 그러나 여전히 무례하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튀어나온 못이 정 맞는다고 하지 않는가. 왜 아무도 그분에게 한 마디 언질 해주지 않았을까? 




원래 나이 들수록
주변 조언은 줄어드는 거예요





담담하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원래 나이 들수록 주변 사람들의 조언은 사라지는 법이라고. 아직 머리가 굳기 전인 사회초년생에게는 이런저런 얘기를 해줄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고 본인만의 세계관이 확립된 이후에는 아무도 조언해주지 않는다고. 왜냐하면 이런 얘기를 해봤자 자존심만 상해할 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아니, 오히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냥 그렇게 살게 내버려 둔단다.


얘기를 듣다가 놀랐다. 아, 정말 그렇겠구나. 이제 싹이 나기 시작한 식물은 대를 잡아주면 그 방향대로 자라게 된다. 하지만 이미 시간이 지난 두꺼운 나무에는 잘 먹히지 않을 것이다. 조언이 먹히지 않으니 본인이 경험한 대로, 본인이 원하는 대로의 생각과 지식만 얻게 된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이라고 믿게 된다. 변화된 것을 캐치하지 못하게 된다. 본인이 마음먹지 않는 이상 더 이상 새로운 걸 얻기가 힘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이런 생각을 곱씹다가 마음으로 뜨끔했다.

그럼 나도 언젠가는 내 세상에 갇히게 되겠구나.



다른 사람 얘기가 굳이 필요할까?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며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는 점이다. 유통이건, 서비스건, 스타트업이건, 디자인은 어디나 필요하다. 하나의 전단지를 만든다고 해도 디자이너와 소통해야 하니까. 그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덕에 수없이 많은 조언들이 뒤따라왔다. 귀담아들을 만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어떤 얘기는 필요치 않았고, 어떤 얘기는 황당한 요구였다. 사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어떤 말들은 하루 종일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아서 고생을 했던 적도 있었다. 두 사람에게 전혀 다른 상반된 조언을 들을 때면, 방향이 헷갈리기도 했다. 힘이 나고 도움이 되는 말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조언 따위는 필요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대로 살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밖에 나와서 현장을 겪어보니, 한 단계 위로 성장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도와줄 때에야 생긴다. 단언컨대 분명히 그렇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서로의 필요가 겹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생기는 기회 같은 것들로 소위 말하는 '돈벌이'가 일어난다. 아주 사소한 대화가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지금은 괜찮겠지만...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도 40대가 될 것이고, 사업 연차도 계속 쌓일 것이다. 그때도 여전할까? 조언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건 아마 아직 사업 필드에서 나이가 어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 들고 나면? 그때에도 여전할까?




그때의 나에게
꼭 필요했던 말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제 나에게 귀중했던 충고들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이 조급해졌다. 사업자를 내고 나서 생겼던 많은 일들, 그리고 어깨너머로 보았던 노하우들.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아서 신경 쓰지 않으면 좀처럼 알아 채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이야기들. 적지 않으면 모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어떤 분들한테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고, 다른 어떤 분들한테는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파편의 이야기들이라 사소하게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일들을 조각조각 모아보려고 한다.




심심하지만 꼭 필요한 교양처럼




이런 이유로 어깨너머 사업 교양이라는 제목을 붙여 기록하기로 했다. 세상엔 이미 좋은 선생님들이 많지만, 콘텐츠로 보기에는 자극적인 내용이 굉장히 많다. 그렇게 보면 내가 하려고 하는 이야기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다. 특히, '이거 하지 않으면 바보' 라던가, '이것만 하면 부자가 된다'라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다.



일상에서 아! 하게 되는 순간들을 모아보려고 한다. 그때의 내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한 줌의 대화가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준 것처럼. 다른 어떤 분들에게는 그런 터닝포인트 순간이 되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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