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드뷔시라는 작곡가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곡이 바로 "달빛"일 것이다. 간혹 짐노페디와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달빛이라는 제목만큼은 누구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테다.
드뷔시는 대표적인 인상주의 작곡가로 분류되지만, 본인은 인상주의 작곡가라는 말로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시각의 청각화를 구현해 내고, 프랑스적인 감성을 더하며, 새로운 화성이나 조성을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드뷔시의 음악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
달빛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3번째 수록곡이다. 드뷔시가 20대 때 작곡했다고 알려진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프렐류드, 미뉴엣, 달빛, 파스피에의 총 네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곡연도와 출판연도에 꽤 차이가 있어 많은 수정이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워낙 달빛이 유명해서 그렇지, 다른 세 곡 역시 충분히 아름답고 드뷔시 음악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달빛이라는 제목은 중의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태양에 반사되어 내뿜는 달빛 그 자체로도, 또 한편으론 그 달빛이 어딘가에 다시 반사되는 빛으로도 인식된다. 재미있는 건 연주자마다 표현하는 달빛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노오-란 달빛, 붉은 달빛, 푸른 달빛, 따스한 달빛, 시린 달빛, 서슬 퍼런 달빛.. 연주자가 그려내는 달빛을 따라가다 보면 마음속에 여러 개의 달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