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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등대 Oct 21. 2022

손을 든다는 건

감정을 겨우 가라앉힌 후 그가 내게 물었다. "오빠가 지적 장애인이에요. 선생님, 오빠에게도 앎이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질문에 대한 기억은 또렷한데 답변에 대한 기억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뻔하다.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이다 / 10년 전 손을 들었던 학생이 여전히 묻는 것만 같았다 / '생각많은 둘째언니'는 앎을 통해 삶을 얻지 않았고, 함께하는 삶을 통해 앎을 얻었던 것이다 / '철학을 통한 성숙'이 아니라 '철학의 성숙' 말이다/ 이제야 나도 혜정 씨에게 손을 들고 묻고싶다. "철학자에게도 삶이 앎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고병권 에세이 <묵묵 中>-



마지막으로 손을 들어본 게 언제였을까.


손을 든다는 건 간절한 외침은 아닐까.

손을 든다는 건 살아내 보겠노라는 절규는 아닐까.


손을 든다는 건 사랑하는 이에 대한 마음은 아닐까. 

손을 든다는 건 삶을 통해 앎을 얻는 것은 아닐까.


이젠 나도 나에게 손을 들고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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