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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Feb 27. 2024

해보지 않고 겁부터 집어 먹지 말자

지난 일요일, 상사가 새로 발령 받아 왔다. 근무지 특성상 중국인이 상사인 구조인데, 이전 상사는 중국인이어도 한국어를 유창하게 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 새로 오는 상사는 한국어를 못한다 해서 몇달 전 부터 끙끙 앓고 있었다. 내 중국어 실력이 들통나면 어떻하지, 나를 고깝게 생각하면 어떻하지, 창피를 당하면 어떻하지. 회화책을 붙잡고 되도 않는 중국어 연습 삼매경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그 날이 왔다.


어제 출근 후 첫 미션은 중국인 상사를 모시고 외국인청에 가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 받는 것. 지난주부터 내내 이 상황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리면서 상상하고 연습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요일 저녁에는 너무 긴장되어 잠도 안올 지경이었다.


벌벌 떨리는 마음으로 상사가 기다리는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저 멀리 사진으로만 봐 오던 그 분이 계셨다. 나는 소리쳐 외쳤다.


"院长”


상사는 나를 돌아 봤고, 이내 활짝 웃으며 내게 다가 왔다. 상상 속의 무섭고 두려운 존재가 아닌 친근하고 푸근한 인상이었다.


“赵老师,你好你好”


나는 상사의 뒷 말이 이어질새라 후다닥 준비한 말을 쏟아 냈다.


“认识你很高兴。其实我的汉语水平不太高. 所以请您说慢慢的....”


준비한 말을 다 끝내기 전에 상사는 활짝 웃으며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나를 다독였다.


내가 너무 긴장한 것 같다며 긴장 풀라고, 내 중국어 실력은 이미 이야기 들어서 알고 있는데, 나쁘지 않다고 걱정 하지 말라고 다독여 줬다.


공무를 봐야 하는 외국인청까지 10분 남짓한 길을 걸어가며 이것 저것 이야기 하다보니 슬슬 긴장이 풀리고 입에 모터가 달리기 시작했다. 배웠던 내용들이 떠오르고 대화가 끊기지 않았다.


공무를 보는 것은 대화랑 또 다른 일일것이라 여겨져 외국인청 앞에 섰을땐 다시 조금 긴장 하긴 했으나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한 덕에 큰 문제(의사소통 문제 포함)없이 진행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이틀째 일하고 있는 지금의 소감은 '나 생각보다 중국어 잘 하는걸?'이다.


지난 몇달간 내내 긴장하고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나는 중국어로 능숙하게 소통 하고 있다. 업무적인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편하게 나눌 정도의 실력이었던 것이다.


다만, 내 걱정은 해보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다. 걱정 할 시간에 그냥 시작하라는 옛말이 틀린 것 하나 없음을 실감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나는 비단 중국어 능력을 키운 것 뿐 아니라 실행의 중요성을 느꼈다. 준비를 했으면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언제까지나 준비만 해서는 안된다. 준비가 미흡해도 다가온 기회를 못잡겠지만 준비를 했음에도 기회가 안온다면 내가 스스로 잡지 않은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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