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학원에 왔냐고?
2020년 9월, 대학원생이 되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코로나가 창궐하던 시기에 대학원 입시를 준비했다. 코로나 발생 첫 해였기에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시기였고 입시가 계속 연기되었다. 이러다 대학원에 못 가는 거 아닌가, 직장까지 그만뒀는데 어쩌지, 하던 차에 이직 제안이 왔다. 대학원에 못 갈 것 같았던 터에 잘됐다 싶어 덥석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어쩌나. 대학원 입시는 진행됐고 대학원에 붙어버렸다. 그렇게 직장 병행 대학원 생활이 시작됐다.
특수대학원도 아니고 일반대학원에 직장까지 다니던 사람이 왜 왔을까,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물론 구체적인 동기야 만들자면 수없이 많지만, 그 동기들이 만들어진 이유는 하나로 수렴된다. 공부가 좋아서. 어릴 때부터 공부가 좋았고 제일 쉬웠다. 누가 돈만 주면 평생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공부가 좋긴 하지만서도, 내 돈내고 공부하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 모은 생활비는 떨어져가는데 '가성비' 최악의 이짓을 왜 하고 있나 매일같이 후회한다. 돈 받고 공부하는 사람들 볼 때마다 배가 아파 뒤틀린다. 그런데도 석사 졸업 후에 박사과정까지 와버렸다.
또 묻는다. 왜 왔냐고? 공부가 좋아서지 뭐. 어떨 때는 내가 비싼 취미 생활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취미 생활 가운데 겪는 여러 일들, 느낀 감정들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아 기록하기로 했다. 석사를 졸업하고 보니 정신없이 휘몰아친 2년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로 키워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 과정을 이제부터라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