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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정 May 06. 2023

대학원-직장 병행 1단계, 단축근로 신청하기

단축근로제도 없으면 어쩔 뻔했나 몰라

코로나 발생 첫 해, 대학원에 입학했다. 당시에는 보건 당국도 코로나 관련 대처에 미흡했고 회사도 학교도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그래서 대학원 입시도 밀렸고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게 합격 결과를 받았다. 그만큼 직장과 신변을 정리할 시간이 길게 주어지지 않았다.


고민을 끝내려면 아직 멀었는데 회사에 보고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기 시작했다. 퇴사를 하자니 꼭 일해보고 싶던 직장이었고, 앞으로 내 커리어를 생각할 때 관두면 안 되는 시기였다. 그렇다고 대학원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미 대학원 진학을 3년째 포기한 상태였다. 이제는 가야 한다는 것을, 내가 직장을 위해 꿈을 포기해도 알아주는 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족돌봄 등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알게 됐다. 내가 석사 입학한 2020년부터 시행된 제도인데 당시에는 공공기관, 300인 이상 기업만 적용 대상이었다. 다행히 나는 공공기관에 근무 중이었기 때문에 단축근로를 신청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단축근로 허용 예외 사항에 내가 포함되었다.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한 지 6개월 미만인 근로자에게는 단축근로를 허용하지 않아도 됐다. 이직한 지 두 달도 안 된 상황이었기에 단축근로를 신청하는 것조차 눈치 보이는 때였다.


우선 내가 직장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 단축근로제도 밖에 없기에 부탁해 보기로 했다. (주말 출근 및 야근으로 만든 대체 휴가로 학교를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수명을 끌어다 쓰고 싶진 않았다.)

고용부에 있는 단축근로제도 리플릿을 출력했다. 학업으로 인한 단축근로, 주당 허용 시간에 형광펜을 칠하고 허용 예외 사항에 적힌 '6개월 미만 근로자'에도 강조 표시를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센터장님께 면담을 요청했다. 당시 센터의 상황이 좋지 않았기에 내 요청을 받아주지 않을 거란 부정적 짐작을 했다. 혹시 모르는 마음에 휴대폰 녹음기를 켜고 면담실에 들어갔다. 대학원 합격증, 프린트한 리플릿을 내밀었다. 나의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센터장님은 내 예상과 전혀 다른 대답을 하셨다.  


"안 그래도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이런 제도가 있군요.
행정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알아볼게요. 축하해요"



마음이 놓이면서 눈물이 맺혔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대학원 가는 것을 눈치 본다. 휴직을 신청할 때도 타이밍을 맞추려고 온갖 눈치를 보는데 나는 휴직도 아닌 단축근로를 신청했다. 이런 내게 싫은 소리 하나 없이 '지원'해준다고 하니, 이 회사의 일원이자 꿈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은 기분이었다.


이후 단축근로 관련 공문 처리 등을 주문할 때도 부연 설명 하나 없었지만 하나도 딱딱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직원 개인의 마음과 상황을 고려해 주는 따뜻함을 느꼈다. 정말로 '지원'받는 기분이었다. 직원들과의 상의, 업무 조정 끝에 나는 화요일 수요일은 12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직원들도 당연한 권리를 사용하는 것처럼 날 존중해 주고 기꺼이 업무를 분장했다.


이렇게 따뜻하게 시작된 직장-대학원 병행은..  끔찍했다.

그 이야기는 TBC


가족돌봄 등 근로시간 단축제도 리플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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