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구치소 기준으로 작성하였음)
어느날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구치소 접견은 가 봤어요?"
"아뇨, 수습은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갈 일도 없었고..."
"그럼 한 번 가봐야겠네."
그러시더니 구속 상태에 있는 피고인 사건을 주셨다.
구치소에 갈 일이 생기면(의견서 확인 받거나 할 때) 사무실 송무직원분께 '저 언제언제 시간 되니까 이중에 되는 때로 접견 신청해주세요'라고 하고, 신청이 되면 메일이 온다. 그럼 신청한 날에 신청서 들고 가서 피고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오면 된다. 그리고 내가 가야 하는 구치소는 동부구치소였다... 동부... 바로 그 동부구치소.....
*나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위한 준비물: 접견신청서, 변호사 신분증, KF94 마스크, 기타 피고인에게 보여줘야 하는 것들(노트북이나 패드X, 종이O)
문정법조타운을 처음 간 건 아니긴 한데, 구치소는 처음이다보니 훨~씬 멀게 느껴졌다. 솔직히 문정역에서도 걸어가다보면 법원이 코앞이라는 느낌은 안 드는데(물론 가깝긴 가깝다. 체력이 문제일 뿐), 각종 사무실이 늘어서 있는 길을 지나 법원을 지나 검찰청을 지나 그 뒤에 구치소... 그리고 구치소는 지도에도 안 뜨고 로드뷰에서도 블러 처리가 되어 있었다. 준법지원센터로 검색해서 갔다.
(친구가 후기에 농담곰을 출연시켜보래서 따라그려봤다. 눈에 힘 주고 그렸더니 어떻게 되긴 되는데...)
쭉 걸어가다보면 법원 앞도 아니고 검찰청 넘어서 구치소 가는 중에도 이상한 플래카드 걸려 있곤 했다;
일반접견과 변호인접견의 형사소송법상의 차이점이야 당연히 알지만, 동부구치소의 경우 애초에 가는 길부터 달랐다. 최근 동부구치소 문제로 화상접견(?) 방식으로도 진행했었다는 것 같은데, 그건 못 해봤다. 무튼 변호인접견은 길이 좀 다르니까 모르면 안내소에 계신 분께 여쭤보면 된다. 그럼 어떻게 쭉 가라고 말씀해주시는데, 이 길도 멀다...
그렇게 변호인접견 가는 길로 쭉 가면 다시 입구가 나온다. 거기 안내소에 여쭤보면 천막으로 가서 검사를 받고 들어가라고 알려주신다. 천막으로 향하자... 참고로 최근에는 코로나 신속검사를 해야 해서 접견 신청한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오라고 연락이 온다.
가서 변호인접견 왔는데요~ 라고 하면 입구 바로 옆 방에서 뭘 하나 작성하라고 주신다. 코로나 관련 질문(중국 방문한 적 있는지~ 체온~ 기침~)이나 방문목적 등을 작성하게 되어 있다. 체온도 재서 작성하고... 도로 천막으로 간다.... 참고로 여기서 '마스크 KF94 맞으시죠?'라고 물어보시던데, 다행히 KF94 쓰고 갔지만 아니면 안 되는 건가??? 엥 그럼 어떡하지??? 여기서 편의점이 가까운 곳이 어디지??? 싶었다;
그리고.... 비장하게 검사를 받자...
여기서는 구치소에 들어가는 사람들과 변호사들이 (아마도 보건소에서 나오신 듯한) 직원분께 콧구멍을 찔리고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른 직원분들과 스몰토크를 나누다가... 콧구멍을 추스르고... 그렇게 약 15~20분을 견디게 된다. 나는 예전에 코로나 검사를 받은 적이 있었고(6시간 넘어야 결과 나오는 거), 뇌까지 채취하는 듯한 기분을 알기 때문에 마음을 굳게 먹고 콧구멍을 찔렸는데 간이검사라 그런지 그것보다는 나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애초에 검사하는 직원분이 한두 번 하신 게 아니라 그런지 굉장히 잘 찌르셨(?)다. 그러고는 나한테 잘 찔린다(?)고 칭찬해주셨다.
나이 많으신 변호사님 한 분도 옆에서 같이 콧구멍을 찔리시고는 허망하게 하늘을 쳐다보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15분을 보내면 "로지마변호사님~ 들어가셔도 됩니다~" 하고 불러주신다.
그럼 맡기고 들어가야 하는 것들을 입구에서 맡기면 된다. 변호사 신분증과 함께 핸드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것은 맡기고, 너무 큰 전자기기들은 바로 옆에 있는 사물함에 넣고 열쇠를 챙기면 된다고 안내해주신다. 그러니까... 혹시나... 아이패드나 노트북에만 의견서 같은 것을 챙겨왔다면... 큰일....!!
그리고 구치소로 들어가자. 구치소가.... 처음 갔을 땐 진짜 그림처럼 끝도 없이 미로 같은 구치소를 지나가야 한다는 느낌이었다. 정말... 정말 넓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문이 있어서 출입증을 찍어야 한다. 가끔 출입증 찍는 곳이 어딘지 몰라서 ??? 하다가 손으로 열다가 찾은 적도 있다. 그럼... 드디어... 접견실이 나온다...... 거기서도 (당연하지만) 문이 있어서 출입증을 찍어야 하는데 못 찍어서 또 한참 헤맸다...
앞에 계신 직원분께 접견신청서를 드리면 몇 번 접견실 쓰시라고 안내해 주신다. 그럼 딱 변호사 한 명, 피고인 한 명 앉을 만한 접견실이 주루룩 나온다. 대학교에 있는 유리벽으로 된 스터디룸 같은 느낌? 그러고 기다리다 보면 피고인이 오니까 할 얘기 하고 나오면 된다... 솔직히 처음엔 내가 어느 자리에 앉아야 할지까지 고민했는데 다행히 벽이 유리로 된 데다가 저~쪽에 다른 변호사님이 접견 중이셔서 음 당연히 내가 벽을 등지고 앉아야겠군. 하고 앉았다. 초보들은 이렇게까지 초보일 수도 있습니다 대표님... 후..... 대표님은 10년 넘게 하셨을테니 갓 2년차인 저의 기분... 기억하실지 모르시겠지만...
다 끝나면 같은 길로 나와서 사물함에 맡긴 전자기기 찾고 출입증 반납하면서 핸드폰이랑 신분증 받고 힘들게 회사로 돌아가면 된다. 돌아가다 힘들어서 커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