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지마 Sep 27. 2023

일반접견이란 무엇인가

변호인접견하고는 다르다! 변호인접견하고는!

브런치에서 새 글을 쓰라고 계속 알림이 뜨는데, 요즘 하도 바빠서 뭘 쓸 수가 없었다. 한 직장을 안정적으로 다니다보니 아주 특이한 일이 일어날 것도 없었고, 웃긴 이야기(변호사 친구들과 사주 본 이야기 같은 것)는 포스타입에 쓰기도 했고. 근데 오랜만에 구치소를 가게 되었다보니 예전에 아이패드로 농담곰이 접견가는 그림 그렸던 게 생각나서 오랜만에 브런치로 들어와봤다.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변호인접견이란 무엇인가 편이 더 재밌습니다.




내가 변호사인 것과는 별개로 '일반접견'을 갈 일이 있었다. '변호인접견'은 구치소 수감 중인 자의 '변호인'으로서 가는 것이라 제한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전자기기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 것 정도? 유리벽으로 된 방이긴 하지만 교도관이 들을 수 없는 곳에서 수감자와 1:1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시간제한도 딱히 없고(오래 이야기할 건 없긴 하지), 월 횟수제한도 없다. 일반접견은 수감자의 변호인으로서 가는 것이 아니라, 아무 상관 없는 지인으로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 의뢰인 사건과 관련해서 미팅을 진행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구속되어 있다고 해서 일반접견을 신청해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신청절차는 변호인접견과 크게 다를 건 없던데, 법무부 온라인민원서비스에서 '민원인 접견예약'으로 들어가서 접견예약을 하면 된다. 


인터넷 접견예약 화면. 수용자 및 기관, 예약 신청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동반접견번호 입력 및 관련 사항 동의 여부 란이 있고 가장 아래에는 '다음' 버튼이 있다.


사실 변호인접견은 내가 신청해본 적이 없다; 뫄뫄사건 접견가야돼용. 하고 실장님한테 말씀드리고 내가 갈 수 있는 날짜 몇 개 적당히 말씀드리면 알아서 해주시니까... 어째 변호사 일을 하면 할 수록 실장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우리 펌은 의뢰인 연락을 직접 하도록 시키다보니 의뢰인과 시간 조율도 하고 접견신청하는 법 안내도 해야 해서 이번에는 내가 했다. 


가장 아래의 '동반접견번호'는 1인이 접견신청을 하면 나오는 번호인데, 같이 들어갈 동반접견인이 접견신청을 할 때 그 번호를 넣으면 한 번에 같이 접견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의뢰인을 데리고 구치소를 가야 하는 거라 내가 접수한 다음에 의뢰인에게 접견번호를 알려주고 동반접견신청을 시켰다. 읽어보니 기본 2명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고, 상황에 따라 최대 4명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같다.


수용자명 아래로 예약 신청자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적게 되어 있고, 드롭박스에서 관계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주소도 입력해야 한다.


일반접견은 월 4회만 가능하더라고. 게다가 접견대상자와의 관계를 선택해야 하는데... 캡쳐에서 잘려서 그렇지 부모형제배우자자녀시부모... 그 왜 저렇게까지 자세히 하나하나(형 제 누나 여동생 언니를 나눠서 쓴 이유가 뭐지?) 있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에 변호사, 지인, 기타가 있던데 난 직업이 변호사긴 하지만 변호사로 가는 건 아니니까(접견대상자의 민사소송 대리인 이런 건 아니니까) 지인이나 기타로 눌렀던 것 같기도 한데 신청한 지 며칠 돼서 잘 기억이 안 난다(어차피 접견 가서 창구에서 신분증 내밀 때 다시 물어보더라).


근데 신기한 것이, '스마트접견'이라는 것도 있더라고. 굳이 방문하지 않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하듯이 접견하는 것도 가능한가보더라. 근데 이것도 한 번은 교정기관을 가서 사전등록을 한 사람이어야 하고, 가족이어야 한다고 하더라고(가족관계증명서를 내라고 되어 있음). 아마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인 것 같다.  




동부구치소 기준으로는 변호인접견과 일반접견은 들어가는 길부터 다르다. 이번에 간 구치소는 딱히 그런 건 없었다. 아무튼 들어가서 신분증 보여주고 이것저것 시키는 것 하고 예약표 같은 것 인쇄받아서 들고 들어가니... 늦었다.


?????


접견시간 예약은 아래와 같이 20분 단위로 되어 있었다. 


접견예약일을 2023-10-06으로 해놓고 가능한 시간을 보는 화면 캡쳐. 09:00부터 16:00까지 20분 단위로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선택 가능한 시기는 ○ 표시가 되어 있고, 안 되는 시기는 '불가'라고 적혀 있다. 회색 박스로 가린 건 그냥(?)... 


13:00으로 예약한다 치면 13:00부터 13:20 사이의 20분 동안 아무때나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는데, 가보니 그게 아니더라고;; 예약표 받아서 사물함에 전자기기 넣고 의뢰인 잠시 화장실 간대서 기다리다 보니 13:05 정도가 되어 있었는데, 들어가니까 교정직 공무원이 "늦어도 시간 다 지납니다 빨리 들어가세요~" 같은 말을 하더라고? 접견실로 들어가니까? 어? 어??? 막 시간이??? 흐르고 있고???? 


(지금 찾아보니 옛날 기사지만 이런 게 있다. 서울신문 ‘법적으론 30분 실제는 고작 5~10분’ 그리고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더라도 아래와 같이 되어 있을 뿐이다.

제58조(접견) ① 수용자의 접견은 매일(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정한 날은 제외한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에 따른 근무시간 내에서 한다.

② 변호인(변호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과 접견하는 미결수용자를 제외한 수용자의 접견시간은 회당 30분 이내로 한다.

③ 수형자의 접견 횟수는 매월 4회로 한다.

④ 삭제 

⑤ 법 및 이 영에 규정된 사항 외에 수형자, 사형확정자 및 미결수용자를 제외한 수용자의 접견 횟수ㆍ시간ㆍ장소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무부장관이 정한다.

⑥ 소장은 교정시설의 외부에 있는 사람의 수용자 접견에 관한 사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령 제19조에 따른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운전면허의 면허번호 또는 외국인등록번호가 포함된 자료를 처리할 수 있다. 

참고로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법무부장관이 정한다' 부분의 하이퍼링크를 누르면 '훈령·예규·고시 등의 행정규칙이 제정되지 아니하였거나 내부공문 및 업무지침 등의 형식으로 운용 중입니다'라고 뜬다. 결국 정해진 게 없다는 거지... 내부 업무지침이야 뭐... 우리 알 바인지요... 하여간 또 이렇게 문제를 발견하였고... 이건 또 어디가서 뭐라고 문제제기를 해야 하나...)


아무튼 알려준 접견실로 들어가면 미리 접견상대방이 저쪽에 앉아 있다. 얼굴을 볼 수 있긴 한데, 분리는 되어 있는 공간이다. 영화 같은 데서 나왔을 것 같은데 적절한 사진을 못 찾겠네('피고인 접견 사진'이라고 구글에 치니까 동부구치소 접견 갔을 때 그려서 올린 농담곰 그림이 나왔다...). 아무튼 작은 방 한가운데에 유리나 투명 플라스틱 같은 재질의 벽이 하나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남은 접견 시간을 알리는 작은 패드가 하나 붙어 있다. 나(+동반접견인)와 접견상대방은 마주보고 대화를 하긴 하는데, 내가 말을 하면 어딘가에 달린 마이크(급해서 찾지도 못함)로 소리가 들어가서 상대방 측에 스피커로 송출되는 형태다. 그럼 이제 급하게... 할 말을 해야 한다^^! 아무튼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건 아닌 상황이었어서 적당히 이야기 나눈 후 사건 진행 방향 및 다음 접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나왔다. 


일반접견과 변호인접견은 완전 다르긴 해도, 역시 가장 큰 차이점은 '접견실 내부'라는 느낌이다. 변호인접견의 경우 나랑 접견상대방이 유리방 같은 곳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정직 공무원들은 그걸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노트 같은 걸 펼쳐놓고 같이 보면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신을 받아올 수도 있다(합의보려고 반성문 쓰게 해서 들고 온 적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구속된 친구의 변호인으로 선임되어서 둘이 노가리 까다 올 수도 있다. 근데 일반접견은 분리된 공간에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이용해서 대화를 나누고, (이번엔 시간때문에 정신 없어서 제대로 확인은 못 했지만) 아마 교정직 공무원도 같은 공간에 있었을 거다. 




난 재판이고 조사입회고 간에 구치소가 제일 피곤하더라. 게다가 이번엔 의뢰인도 데리고 갔어야 했는데, 이 사람은 속도위반 딱지도 안 떼봤을 것 같은 사람이라 구치소에 들어가보는 것 자체에 긴장했을 것 같아서 이것저것 설명도 좀 해 주고 오늘은 잘 쉬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줘야 했고. 아무튼 오늘도 재판 입회 접견 기타 다녀온 변호사선배후배동기들 다들 고생했다 자자~~

작가의 이전글 로스쿨생에서 (수습)변호사로! - 취업… 지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