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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인 대동) 변호인접견이란 무엇인가

"변호사가 좋더라고요 토익 한 번 따면 영어 안 해도 되니까"...그런데

by 로지마

1편 변호인접견이란 무엇인가

2편 일반접견이란 무엇인가

나는 이 시리즈의 3편이 나올 줄 몰랐다. 당연하지 변호인접견 가봤고 일반접견 가봤는데 무슨 접견이 더 있겠어? 전국 구치소 후기를 시리즈로 쓸 것이 아니고서야 더 쓸 글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논스톱국선 영장실질심사 당시 외국인 피의자가 나타나서 통역인이 필요해졌다.


논스톱국선이란 무엇인가에서 쓴 것처럼,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가 구속되고 기소에 이르면 나랑 끝까지(?) 함께 간다. 근데 어느날 피의자를 데려온 수사관님이 "변호사님 아직 통역이 안 와서 잠시 기다려주세요"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예? 통역이요? 여기서요?


images.jpg 서럽게 우는 농담곰


사실 나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날 영장실질 두 번째였어서 아직 입이 풀리지 않은 상태였는데 나보다 영장실질 많이 갔을지도 모르는 분과 '셋이서' 이야기하라고 하니 죽겠더라고... 그리고 안 오셔... 그동안 나는 긴장한 채로 변호인석에 갇혀있어야 하는 거야... 오시고 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뭐... 이 사람의 구속을 막아줄 법한 사유가 하나도 없었어 심지어... 구속됐지... 그러니 내가 접견을 다녀왔겠지...





아무튼 그래서 접견을 어떻게 가는지가 문젠데, 통역인을 대동할 수 있는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가는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내가 알아서 구해야 하는지? 나라에서 구해주는지? 돈은? 뭐?


일단 변호인 일반접견 예약에 나와 있긴 하다.


통역인 대동 시 통역인 대동 협조 요청서, 통역지정결정문, 통역인신분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셔야 합니다. 기관출입신청을 위해 증빙서류는 접견하려는 수용자가 수용된 기관에 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 저 서류들이 어디에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통역지정결정문의 경우, 나는 국선이니까 법원에서 알아서 해 줬다. 재판부에 전화하니 통역인 연락처를 알려주면서 결정문을 팩스로 보내줬다. (사선의 경우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했는데, 나중에 통역인 선생님과 친해져서 얘기해보니 법원 통·번역인 인증평가 시험을 쳐서 통번역인 명부에 등재되면 그 중에 선정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거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이 사람으로 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하더라. 명부에 등재되지 않은 사람을 이용할 수는 없는 듯)


통역인 대동 협조 요청서는 구치소에 전화해서 메일로 받았다.



검색하니까 전화번호뿐만이 아니라 메일주소도 나오더라고. 통역인확인서는 원본으로 달라고 해서, 인쇄해서 당일에 들고 갔다. 통역인 선생님과 연락 주고받으면서 접견 예약하고, 구치소에 전화해서 메일로 파일 받은 다음 작성할 거 작성해서 보냈더니 확인 연락 받았다.


여기까지 마음먹고 하는 데에 며칠 걸렸다. 사실 꽤 오래 걸렸다. 어떻게 하는지 아무도 안(못) 알려줬거든. 변호사블로그 번역하는친구 등... 뭐 얼마나 해봤겠어. 나 최근에 미군 헌병부대에도 전화할 일 있었는데 그날 울 뻔했다. 썸원.. 스피킹 코리안.. 플리즈 헬프 미... 노... 노잉글리시... 나는 일본 로스쿨 수료할 생각은 가끔 꿈으로 꾸는데 캘바는 꿈도 안 꾼다.




나는 어쩌다보니 통역인 선생님을 전에 뵌 적이 있었어서(검찰조사 당시 뵌 분이었다. 국선인데 검찰조사를 왜 갔는지는 귀찮으니 생략) 반갑게 인사하면서 피고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한참 안 나오더라고. 비는 시간 동안 이야기를 좀 했다. 통역인을 대하는 직원의 태도 같은 것들. 사실 나도 가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변호사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다들 나를 너무 어렵게 대할 때가 있거든. 나는 변한 게 없는데 배지 하나 신분증 하나 생겼다고 왜 이렇게 대단하게 대해주지? 물론 변호인으로서, 소송대리인으로서의 권리는 있지(근데 오히려 이걸 무시할 때가 있다. 내 접견수진권!). 근데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통역인 선생님은 구치소에 들어올 때 통역인 신분증을 내밀었더니 직원이 짜증내더라, 예전에 추워 죽겠는데 변호사 아직 안 왔다고 건물 안에 못 들어오게 하더라... 같은 얘기를 하셨다. 근데 통역인이고 변호사고 이전에 얼어죽을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 공공기관 안에 들어와 있으라고 해도 되는 거 아냐? 어차피 짐검사하는 공간인데.


아무튼 남부구치소의 헷갈리는 문들을 지나(여긴 몇 번 와도 헷갈린다. 일반접견 문 - 중앙문.. 을 지나가야 변호인접견 문이 나오는데 자꾸 중앙문 열려고 시도하다 바보 됨) 변호인접견을 하러 가자. 준비해온 서류(통역지정결정문, 통역인 대동 협조 요청서, 통역인확인서, 국선변호인선정결정문도 가져갔던가? 그리고 잊지말자 접견예약 확인증) 드리고 기다리고 있으면 피고인이 나온다. 나오면... 음... 알아는 듣는데 말을 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른다. 나의 영어는 그 정도이다. 참고로 이번 피고인은 한국어를 하나도 못 하기 때문에 통역인 선생님과 질문에 대해 논의도 할 수 있었다(혹시 제가 이런 걸 물어보는 게 실례가 되나요? 네..). 언어만 다른 게 아니라 문화적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의견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변호사란 이런 것이구나. 국선이란 이런 것이구나. no foreign language ..




"선생님 제가 또 영어통역이 필요한 일이 생길 것 같던데, 명함 한 장 주시겠어요?"

"아무도 제 명함을 안 찾아서 안 들고 다니는데... 그냥 이름이랑 폰번호 적어 드릴게요."

"아.. 넵 감사합니다.."


법공부는 판검변이 제일 많이 했겠지만, 법원은 실무관 계장님 경위 여러 직역의 공무원 통역인 기타 기억 안 나는 오만 사람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데 말이야.


쓰다보니 뭔 브런치 에세이가 됐다. 플랫폼이 브런치니까 그러려니 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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