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에 남는 글이 있다면? :
영재 : 호준의 <과거에 산다는 것은>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뚜렷하고 흡입력이 좋아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정작 호준이는 글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결정하지 못해 힘들어했습니다. 사실은 발송하기 바로 전까지 많은 수정이 있었던 글입니다. 새벽까지 호준이와 함께 글을 다듬으면서 더 나은 글을 위해 고민하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시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제 글이 아닌데도 애착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승준 : 제가 썼던 ‘집보다 편한 곳이 필요해’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던 시기에 썼던 글이라 정리가 잘 되지 않았고 슬럼프인가 싶을 정도로 완성도나 구성이 엉망인 글이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일주일이 넘는 피드백 과정에서도 여러 혹독한(?) 비판들이 오고갔었고 메일 발송 전날 새벽까지 붙잡고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호준 : 영재의 <우리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주택에서 사는 삶은 어떨지 늘 궁금했습니다. 주변에 주택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드물어서 알 길이 없었고 집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도 없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살짝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2. 마음에 드는 부분(구절) 하나를 꼽자면? :
영재 : “집보다 편한 곳이 필요해” [200729, ‘집보다 편한 곳이 필요해’]
승준이가 쓴 글의 제목입니다. 과연 나에게 집보다 편한 곳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곳은 어디인지? 평소 생각해보지 않은 질문들을 고민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그 곳이 어딜지 아무래도 지금은 떠오르지를 않네요.
승준 : “우리 집이 살아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200703, ‘우리집’]
영재의 ‘우리집’에서 나온 구절입니다. 10년을 넘게 지낸 집에 혼자 있을 때면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 쌓아온 내 시간이 집의 여기저기에 박제되어 있는데, 집이 완전히 죽은 공간이었다면 내가 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영재의 문장은 집에 사는 사람과 사람이 사는 공간 사이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제가 집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과 잘 맞아떨어져서 기억에 남습니다.
호준 : “아무리 애를 쓴다한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려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0728, ‘과거에 산다는 것은’]
제가 쓴 문장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문장과 반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행동을 수없이 반추하며 과연 그것이 옳았는지 끊임없이 되물었습니다. 돌아 보면 좋은 일만큼이나 나쁜 일도 많이 떠오르기에 그리 즐거운 일은 아녔습니다. 이때 글을 쓰며 글 내용에 대해 덧붙이는 제 감상이었지만, 한편으로 당시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이었지요.
3. 이번 시즌 글을 쓰면서 어디서 영감을 얻었나요?
영재 : 코로나 탓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미래에 제가 살게 될 집을 떠올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지금 사는 집을 떠나 혼자 살 생각을 하니 신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찌나 아쉽고 섭섭하던지요. 자연스럽게 지금 사는 집에 대한 추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면서 내가 지금 사는 집에 대한 글을 써봐야겠다는 단서를 얻은 것 같습니다.
승준 : 다른 공간이 집과 어떻게 다른지 집중하면서 그 차이를 명확히 인식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시즌 3를 하는 동안 결혼식장과 장례식장, 비즈니스 호텔, 카페, 교보문고, 화성 행궁, 병원 등 여러 공간을 돌아다녔습니다. 특히 ‘집보다 편한 곳이 필요해’를 쓸 때 여러 공간에 다녔던 경험으로 집과 집이 아닌 공간이 갖는 차이점을 더 선명하게 그리고자 했습니다.
호준 : 박완서 선생님의 수필집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다 어려움에 처할 때면 늘 박완서 선생님의 글을 봅니다. 자신의 생각을 담담하게 전하는 담백한 선생님의 글은 언제나 제 롤모델입니다. 특히 해당 수필집에 수록된 ‘전화 없는 날’은 집 전화와 관련된 글을 쓰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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