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연론자 Apr 30. 2023

우주 섭식자

SF, 태양계는 한 입거리

세상은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사피엔스는 세상을 이야기로 이해한다.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사피엔스는 그들을 창조한 자들이 머무는 상위 우주(차원)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지적 생명체가 만든 지적 설계된 세계를 살아간다.

UNV20001018를 창조한 생명체(이들을 우주 섭식자라고 부르자)는 우주를 우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호흡하고 음미하는 방식으로 진화됐다.

사피엔스 종이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흡수하듯 그들은 맛있는 우주를 만들어 섭취한다. 사피엔스도 창조할 능력이 있다. 그들은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인공지능을 시켜 이야기 콘텐츠를 만든다. 하지만 우주섭식자들의 창조에 관한 기술력은 사피엔스의 상상을 초월한다.

사피엔스는 맛있는 이야기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야기 콘텐츠 스마트 팩토리를 완성했다. 사피엔스에게 있어 창조된 세계 속 캐릭터는 이야기의 맛을 내기 위해 필요 불가결한 존재이며 그들은 그 자체로 이야기의 일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인공우주 속 생명체들은 우주에 특정 맛을 내기 위한 향신료에 불과하며 그 자체로 우주의 일부분인 것이다.

우주 섭식자 역시 우주를 대량으로 자동 생산하기 위한 인프라를 진작에 구축했다. 인공 우주 스마트 팩토리를 완성시킨 것이다. 그들은 언젠가 반영구적으로 오래 살 수 있는 능력을 얻었으며 그들은 수명을 늘리기 위해 맛본 적 없던 새로운 우주를 끊임없이 섭식해야 하는 운명을 껴안게 되었다.

각 우주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생명이 존재하며, 각 생명은 향신료로서 특정한 맛을 내는데 기여한다. 사피엔스는 우주 UNV20001018의 우주 섭식자들이 창조한 수 억의 세계와는 다른 맛. 전에 없던 맛을 내는데 기여한다. 우주 개발 연구 팀의 기미상궁들은 이 새로운 맛의 발견에 흥분했다.


하지만 아직은 사피엔스의 개체 수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사피엔스의 관점에서 비유하자면 태평양의 해수에 해당하는 물에 봉지 라면 하나분의 스프가 용해된 정도이다. 그들이 맛을 아무리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한들 80억으로는 한참 부족하다. 그들에게는 더욱 진하고 풍부한 맛이 필요하다. 10을 20번 정도 곱한 개체수가 필요하다.

우주 섭식자는 그들에게 새로운 맛과 수명을 부여할 UNV20001018를 수확하기 위해 안달을 내며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들의 창조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 특정 시점이 지난 인공 우주는 복제가 불가능하다. 그들은 이미 때를 놓친 것이다.

사피엔스는 수억 인공 우주와 다시 그 인공 우주의 수억 자손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개체이다 사피엔스가 우주로 퍼져나가고 10을 20번 정도 곱한 개체수에 도달했을 때 그들의 우주는 수확될 것이다. 우주 섭식자들의 시간 관념은 사피엔스와 차원이 다르다. 그들의 1초는 우리의 만 년과 엇비슷할 정도이다. 그러니 그들은 기다릴 수 있다. 좋든 싫든, 그들은 기다릴 것이다. 분발해라 사피엔스! 더더욱 번성하고 번성해서 가능하다면 관측 불가능한 우주까지 뻗어나가 봐라. 그렇게 되면 UNV20001018 우주의 일부는 잘게 쪼개어져 우주 섭식자들의 양분이 될 것이다.

이 우주는 맛이 좋다며 흡족해하는 우주 섭식자의 표정이 상상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AI : Ego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