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근래 담배를 피우듯 하루하루를 살았다.
자고 일어나면 내게 한 개비의 시간이 주어졌고
난 멍하게 뻑뻑 담배를 피웠다
그저 하루하루를 태우다 보면
한 갑 가득 들어있던 담뱃갑에
한 개비, 돛대가 남고
한 달이 흘렀음을 어렴풋이 알게 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매년 담배가 보루로
자동 충전되는 것을 자연의 이치로 여긴다
어김없이 새해가 찾아왔고
나는 또 담배 한 갑을 뜯어
한 개비를 피워 문다
문득 방이 너무 어수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정신이 어수선해서였으리라
내가 태워버린 수북한 꽁초들이 눈에 띈다
많이도 피웠구나
갑자기 이유 없이 서글퍼진다
이제서야 2023년도 다 갔음을 깨닫는다
담배 꽁초의 수로 시간 감각을 파악했다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기분이 좋지 않아
습관적으로 또 담배를 물어핀다
홧김에 평생치의 담배를 몰아 피워야겠다 싶어
여러 개비에 불을 붙이려다가 그만뒀다
그래야 내일도 피울 것 아닌가
시간에는 느림도 빠름도 없고
많고 적음도 없다
담배 연기처럼 순간 일었다가 사라진다
그뿐이다
이거 담배 맛이 왜 이래!
돌연 담배를 피우다 말고
땅에 버려 발로 불을 비벼 끈다
필연 마음 상태가 맛의 원인이다
잠깐 담배가 몹시나 싫은 기분이 들었지만
결국 다시 담배를 찾게 될 것이다
시간 역시 삶 역시
어쩌면 자신조차도
우리는 잃어버린 무언가를
다시 찾게 될 것이다
이 글을 왜 새해가 밝은지 10일이나 지나 썼냐고 물으면
삶을 멍하니 태우느라 정신없었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와 니코틴에 멍하게 마비되어
전혀 삶을 감각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은 중독되거나 균형을 잃기 너무나 쉽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더더욱.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새로이 균형을 잡으려고 애써본다.
무엇이 균형인가 하면은
각자의 마음속에서 그때그때 바뀌는 것
변명은 아니지만 저는 흡연을 해본적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