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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론자 Mar 27. 2024

자신의 삶을 위로하는 방법

단편 소설, 자유 의지와 삶의 철학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삶을 위로할 방법을 찾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의 삶에서 더 위안을 찾고자 한다. 좋았던 그때 그 시절에 흠뻑 젖어들거나, 자신이 이루어낸 작은 것들 하나 하나를 어루만져보거나, 거의 잊고 있던 무엇인가에 다시금 의미를 불어넣어보거나.


삶을 위로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우리는 삶이라는 꿈을 꾸고 있으며, 나라는 것은 생명 현상의 창발성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하며,

물리 법칙과 생물학은 어떠한 종류의 자유 의지도 허용하지 않으므로, 삶을 꼭 진지하게 여길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믿어. 자신의 삶에 어떠한 평가도 내리지 않는 것



한 소년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는가?


Capgras 증후군의 환자는 종종 가까운 사람이나 일상적인 물건을 정상적으로 인식하지만, 이들이 사실은 본인의 아버지, 어머니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자신의 친구나 가족 등 주변인들이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분장한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꿔치기 되었다고 믿는 증상입니다. 이는 인지 기능과 감정적 평가 간의 분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소년은 처음에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왜 온 세상이 자신을 속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왠지 자신이 가상 세계에 살아가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 외의 주변 사람들에게 어떠한 감정적 공감을 느끼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기댈 수 없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에게 NPC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무척이나 외로웠다. 그는 삶에 진지해질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는 종종 우울감을 느꼈지만, 약의 힘을 빌어 살아갔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날부터인지 그는 삶의 모든 것에 웃음짓기 시작했다. 길을 거닐다 친구로 보이는 듯한 무리에서 주고 받는 농담, 풋풋해 보이는 듯한 커플의 첫 데이트 풍경, 연속된 구직 실패에 좌절하는 청년, 지나간 삶에 술잔을 기울이는 어르신들. 그 모든 풍경과 상호작용에.


그는 어쩌면,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차이를 구별 짓지 못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주변 NPC들의 자유 의지가 있건 없건, 그 사실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살아가는데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나 이외의 모든 사람이 NPC이건 아니건, 그 사실은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크게 문제될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상에서 그만 NPC이고 다른 사람들이 진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그게 중요할까. 그리고 애초에, 자유 의지가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자유 의지가 없어도 변화는 가능하다. 하지만 대체 어떤 방향으로 가능하단 말인가? 그것은 마인드 바이러스, 밈에게 달린 일이다. 소년은 마인드 바이러스의 추종자이자 구도자로써, 기꺼이 바이러스의 숙주로 살기로 결심했다. 세상에는 어떠한 진리도 없다. 특정 맥락에 조금 더 잘 들어맞는 조건부 사실만이 있을 뿐이다.



결국, 그러니까 우리는.

자신이 살아가는 길 위에서

자신의 삶을 위로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거나

삶을 농담처럼 살아가거나

그 둘은 사실 둘이 아니라 하나일지도 모른다.

언어에 희롱당해 괜한 분별을 만들 것 없다.

안심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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