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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Feb 18. 2023

처음 본 영화

처음 본 다시 본 영화

그때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울었다.

뜨거운 눈물의 온도는 나의 차가운 삶을 적셔 어루만졌고

그 눈물자국을 삶의 이정표로 삼았었다.

소중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오늘 

나는 우연히 그 영화를 다시 보았다.

내키지 않았지만 시간이 남았고 그 영화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본 영화를 또 보는 것은 추억에 대한 배신이란 두려움에 더욱 외면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

처음 보는 영화다.

주인공과 배경만 같을 뿐 눈물의 온도도 색깔도 전혀 다른 영화였다.

나는 그때 이 영화의 뭘 본 것일까. 라며

살짝 과거를 비웃었다.


그때 

나는 영화의 관객이 아닌 영화 속 주인공으로

뜨거운 몸 무방비하게 맡겨 던져버렸는데


오늘 

나는 영상뒤에 반사된 나를 보는 감상자로

냉정하게 영화의 분석 따위 하고 있었다.


세상에 주눅 든 내가 나약해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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