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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기 Dec 14. 2022

모든것이 올라간 베이글이 날 슬프게해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타임 올앳원스 후기 (*스포주의*)

(사진출처 :viki.com)


(*스포주의*)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이하 에에올) 내 기준 올해의 영화다 . 


한 줄 요약을 하자면 '어? 나 왜울고있지?' 라고 할 수 있다.




양자경 배우가 출연하는 코믹영화라는것 말고는 정보가 없이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를 보게되었다. 

영화제목이 지나치게 길다 생각했는데 나중에보니 영화의 플롯 자체를 제목 그대로 가져가더라



처음엔 ‘뭐 이런 정신사나운 전개가 다 있지?’ 싶었는데 나중에는 큰 틀에서 짜맞추는것을 보고 ‘ 이 감독은 참으로 떡밥 회수에 능하구나’ 라는 감탄을 하게 되었다.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울고 있었다.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인데 ,


첫째로는 공감받았다는 마음

둘째로는 다정함이 큰 무기라는 확신

셋째로는 영화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 많아서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영화적 해석은 너무너무 잘 되어 있는 글과 영상이 많기 때문에 나의 개인적인 관찰과 감상을 남겨본다.


   

에블린(양자경)의 삶은 왜 힘들었을까?

순간의 선택들로 이루어진 현재의 삶은 온갖 처리해야 하는 일들로 가득차 있다.

속터지게 하는 가족들과 녹록치 않은 미국 세탁소 영업은 에블린을 날카로운 사람이 되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아시안 엄마 vs 미국물 먹고 자란 MZ 세대 레즈비언 딸 조이와의 갈등은 해결할 엄두도 안날 만큼 골이 깊다.



조이(스테이시 수)의 삶은 왜 힘들었을까?   

엄마의 기대 , 압박


자신을 있는그대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상실감

대화다운 대화를 하지 못한 관계



웨이먼드의 삶은 왜 힘들었을까?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부인

다정함을 잃어버린 가족들

어…자기 개그를 안받아줘서? (안웃긴데 ...어떡하냐)




결국은 이들이 가진 아주 사소한 문제들은 범우주적으로 멀티버스에서 문제로서 커진다.  

그런데 이 문제를 풀어가는 스토리구조가 상당히 재밌다. 


선과 악의 구도로 놓고 보면

선 = 에블린

악 = 조이 



그.런.데? 싸우는 방식이 더 골때린다. 

힘을 소환하는 방법의 조건이 ‘평소에 하지 않았던 엉뚱한 행동’


-> 여기에서 코믹적인 온갖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악으로 대변되는 조이의 화려한 의상도 주목할만하다. 

-> 다 포기해버린 순수한 악, 허무함이라면 마땅히 생각되는 빌런의 모습보다. 순수하게 욕망에 가까운 화려하고  멋진 모습의 빌런이다. 




눈물버튼

아무것도 살 수 없는 행성에서 가짜눈알붙인 돌이 되었을 때 조이와 에블린

뛰어내린 조이와 따라 뛰어내리는 에블린 모습에서 뭔가 눈물버튼이 자극된다. 

가장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마침내 돌이 되어서야 표현할 수 있다는게 아이러니 했다. 



‘다음 생애 태어나면 돌로 태어날래’


내가 진짜 너무 힘들 때 드는 생각이다. 


근데 진짜 돌로 태어난 행성에서 , 내가 모든걸 포기할 때 같이 뛰어내려주는 엄마

내가 아무리 밀어내도 결국은 나를 사랑하다는 엄마 

여기서 대화가 진짜 눈물 버튼이다. 

모녀의 고질적인 갈등이 종식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한가지 더 영화에 몰입했던 이유는

'모든것을 올린 베이글'로 조이가 들어가려 하는 이유가 너무 공감되었다. 

온 우주를 돌며 모든것을 보았고 경험했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고 다 허무해지는것…

그게 진짜 가장 무섭게 공허한 순간이다. 

더 열심히 살 이유도 없고 더 노력하는게 가치 없어 보이고 바랄것도 없고 정리된 것 처럼 보이는 순간.



정신없이 살다가 '내가 왜 이러고 살지?'라고 느껴지는 그 순간이 '모든것이 올라간 베이글 모먼트'가 아닐까?

맞다고 믿어 온 모든것이 부정당하는 숨이 멎을만큼 허무한 순간


나는 있었다. 

현재진행형일 수도 있다. 

말로 설명하자니 구차하고 부정하자니 내 과거인 그런 순간들


영화를 보고나니 든 생각은

스스로 너무 심각해지려고 하지 않을 생각이다. 

신념 하나가 부정당했다해도 온 우주에서 다들 다른 방향으로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을테니!



(아직 영화를 안보신 분이 있다면...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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